국회 문화관광위원회가 16일 ‘음반·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이하 음비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 음비게법 개정안은 27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며 상임위에서 쟁점 사항에 대한 사전 조율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개정 음비게법은 통상적인 법률 개정 절차에 따라 4개월간의 유예기간을 거쳐 오는 9월께 발효된다. 주무부처인 문화관광부가 지난해 5월 고시한 지 만 1년 4개월 만에 빛을 보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뒷맛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국회가 여론수렴 과정을 통해 결론이 난 문제를 또다시 들고 나와 결국 시간과 에너지만 소비했다는 생각이 끝내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성인 게임장’ 도입 문제는 문화부가 지난해 5월 개정안을 고시하면서 관광진흥법상 호텔업·유원시설·위락시설 등지에 ‘성인 게임장’을 둘 수 있도록 관련 규정을 고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이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단체에서는 사행성 도박을 조장하는 조치라며 강력히 반대했고, 게임업계는 호텔 업종에 특혜를 주는 조항이라며 삭제를 요구했다.
문화부는 ‘관광 진흥’을 명분으로 밀어붙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그해 9월 규제개혁위원회가 ‘성인 게임장’의 신설 조항을 삭제함으로써 결말이 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되면서 또다시 쟁점으로 부각됐다. 올 3월 문광위 법안 소위원회에서는 ‘관광 게임장’ 신설을 명시함으로써 앞서 이미 삭제된 ‘성인 게임장’을 슬그머니 부활시켜놓은 것이다. 이런 상황이 되자 시민단체와 업계는 또다시 크게 반발했다. 지난 3월에는 여의도에서 대규모 저지 궐기 대회가 열리기까지 했다.
반대 여론과 함께 특혜 시비를 우려한 나머지 문광위는 결국 ‘관광 게임장’ 조항을 삭제키로 합의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행위 주체와 시점만이 다를 뿐 성인 오락실을 두고 두 차례에 걸쳐 신설과 삭제를 거듭한 셈이 됐다.
더욱이 국회가 성인 오락실 신설을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음비게법 개정안은 무려 1년여 동안 표류하고 말았고, 명실공한 육성법으로 환골탈태하기를 바랐던 음비게법은 규제의 틀을 유지한 채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이번 사태를 들여다 보면서 우리의 국회는 언제쯤 생산적인 국회의 수범을 보일까 생각해 봤다.
그러나 그들의 논의 과정만을 놓고 보면 그같은 바람이 얼마나 부질없고 요원한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그 때문이었는지 그들을 믿고 하루 하루를 보내는 민초들의 슬픈 얼굴이 떠올랐다.
<문화산업부·이창희기자 changh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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