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벤처기업(644)

정치입문<6>

하긴, 단 한표가 새로운 판국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친구를 모시고 와서 표를 찍게 한다고 잘못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초등학교 반장선거에 어머니까지 동원하면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다는 것은 지금 생각해도 바람직한 것은 못되었다.

이윽고 투표가 시작되었다.

개표를 하였다. 내가 65%에 해당하는 34표가 나오고, 김송자가 35% 지지하는 18표가 나왔다. 참으로 놀라운 일은 다리에 부상을 입어 입원해 있는 친구조차 급히 수송해서 선거를 하게 했는데도, 김송자 후보는 처음 15표에서 겨우 3표가 불어난 18표를 얻었다는 사실이었다. 나에게는 34표란 놀라운 숫자였다. 부반장 러닝메이트 이연주와 길수, 그리고 숙희가 벌떡 일어서면서 환성을 질렀다. 러닝메이트 연주는 울었다.

우는 것은 승리자뿐만 아니라 패배한 김송자 역시 눈물을 흘렸다. 밖에 기다리고 있던 김송자의 어머니는 선거 결과를 보더니 차를 타고 재빨리 가버렸다. 부상입은 친구를 다시 병원에 대려다주지도 않고 말이다. 물론, 정신이 없어 그냥 갔을 것으로 생각되지만.

내가 택시를 불러서 숙희에게 부상입은 친구를 입원했던 병원으로 데려다 주라고 부탁했다.

이 선거 후유증은 며칠간 계속되었다. 후유증이라고 할 것은 없으나 무엇보다 마지막 경쟁자가 되었던 후보 김송자가 그 다음날 학교에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그 아이는 자존심이 상했던 것이다. 담임 선생이 집에 전화를 하기도 하고, 내가 직접 집에 찾아가서 달랬다. 일부러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니라, 그 전날 저녁에 먹은 것이 채해서 병원에 다녀온 후 계속 누워 있었다고 하였다. 먹고 채하기도 했겠지만, 그 핑계로 나오지 않은 듯했다.

내가 반장이 되자 나를 지지해준 학생이나 반대한 학생이나 모두 나를 따라 주었다. 그리고 누가 누구를 지지하고 반대한 것인지 표면화된 것은 아니었다. 이름에 동그라미와 세모를 쳤던 길수는 성분을 알고 있는지 모르지만, 난 잘 알 수 없었다.

그리고 일단 반장이 된 이후 나를 지지하였든 반대하였든 차별을 둔 일이 없었고, 초등학교 반장 선거의 아름다운 점은 일단 선거가 끝나면 그것으로 경쟁은 끝나고 파당이 생기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실제 어른들의 선거전에는 그렇지 않았다. 선거가 끝나고 나서 그 파당은 엄청나게 큰 상처로 남고, 끝까지 원수지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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