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투비 박금재 마케팅담당 이사
지난해 초, 발빠르게 진입한 중소형 e마켓은 물론 작년 말부터 지금까지 서비스를 시작한 대형 e마켓들조차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거래실적이 거의 없다. 최근 B2B e마켓 이용과 관련해 구매사와 공급사들에 물어보면 한결같이 “선진화된 프로세스, 신규 공급사 유치, 판로확보의 필요성에서 온라인구매를 도입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오프라인의 프로세스와 구매관행에도 별 다른 문제점이 없다”고 답한다. 결국 의식적인 측면의 변화는 이루어지고 있는 데 반해 행동변화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소극적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은 대다수 기업들이 아직도 업종과 수평적 e마켓에 대한 전략적 구분인식이 없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기업들은 자체 e프로큐어먼트 시스템 구축에 열을 올리면서 한편으론 e마켓에 투자를 하고 있다. 여기에다 몇몇 그룹사들은 자신만의 배타적인 ‘프라이빗’ e마켓을 만들어 이를 선전하기에 바쁘다. 지난해 많은 기업들이 공동출자해 생산성·효율성·투명성을 강조하면서 만든 ‘오픈’ e마켓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하고 그것을 제공하고 입증시켜야 할 e마켓이 구매사들의 불명확한 사업전략, 구매력 분산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e마켓에서 충분한 콘텐츠(물품종류·가격·사양)를 제공해야 할 공급사들의 입장을 보면 더욱 답답하다. 공급사들을 직접 면담한 결과, 공급사 중 e마켓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공급사는 11%에 불과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응답이 설령 단기적으로 e마켓에서 거래한다 할지라도 오프라인 영업과 병행하겠다고 말하고 있고, 기존 거래처인 구매사들이 e마켓으로 전환하지 않는 한 참여할 의향이 없다고 말한다. 특히 중소형 공급사들은 불투명한 자신들의 가격경쟁력과 타 공급사에 자신들의 판로 등 중요 정보노출에 대한 우려나 대형 공급사 또는 제조사로부터 자신들이 무시당할 수 있다는 가능성 등으로 인해 불안해하고 있다.
결국 e마켓이 구매사에 효율적인 인력운영, 총구매비용의 절감이 가능하고, 공급사에도 영업비용절감, 안정적인 거래선 확대 등을 통해 거래당사자 각각에게 35%의 실질적인 가치를 창출해 준다고 외쳐 보아도 사용해야 할 당사자들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살아남기 어렵다.
그러나 효율적인 구매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대기업들도 e마켓에 주목해야 한다. 대부분 대기업 70% 이상이 온라인 구매시스템을 가지고 있으나 그 효용성은 당초 기대에 못 미치고 있다.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전체 구매금액의 20%에 불과하면서 80%의 업무활동을 구성하고 있는 비전략적 물품에 대한 생산성 없는 구매활동 때문이다.
MRO로 대표되는 수평적 e마켓은 이러한 물품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분산된 물량을 집중시키고 충분한 공급사 정보와 편리한 시스템으로 최적의 물품을 공급할 수 있다. 특히 e마켓의 장점은 물품에 대한 가격경쟁력에서 나아가 총비용 측면에서 기업 구매활동의 가치(value)를 높인다는 점도 분명 인식해야 한다.
공급사들의 경우 애로를 겪고 있는 불안한 물량확보와 판로를 e마켓에서 해결하는 시도를 해보자. 공급사들은 기존 고객과의 거래유지와 신규 고객확보를 위한 영업에 상당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엔투비의 조사에 의하면 아직도 판매촉진을 위한 방문영업이 80% 이상이며, 계약성사를 위해 50% 이상의 공급사가 최소 4∼6회 이상을 방문하고 있다. 또 매출 자체가 영업사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결국 e마켓은 구매사로부터 충분한 구매물량 확보를 통해 공급사로부터 자율적인 가격할인을 유도하고 온라인 거래를 통한 판매비용 절감 등을 실현시켜 공급사로부터도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지난 94년 이후 국내산업의 총 소요생산성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고, 우리나라가 여전히 회계·경영분야의 국가별 불투명지수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국내 기업의 경쟁력 제고와 투명성 차원에서 B2B는 반드시 활성화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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