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전자의 D램 감산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전자는 지난달 이후 일부 D램 가격이 원가를 밑돌 정도로 채산성이 극도로 악화되자 감산을 적극 검토중이다. 아직 확정된 것은 아니나 D램 시장이 극도로 악화된 상황이어서 현대전자가 이달중 감산에 들어갈 가능성은 매우 높다.
벌써부터 D램 업계의 관심은 현대전자의 감산보다는 경쟁사들의 동참 여부로 집중되고 있다.
◇ 현대전자 감산 임박=현대전자의 파하드 타브리지 마케팅 담당 부사장은 지난주말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D램 생산량을 줄일 것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타브리지 부사장은 『일부 일관가공공장(FAB)을 가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외신 보도는 사실이 아니며 단지 총 생산량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주 세계 D램 업계에는 현대전자가 64Mb D램을 생산하는 이천공장의 5, 6라인의 가동을 중단한다는 소문이 무성했다.
타브리지 부사장의 발언은 일부 라인 가동을 중단하기보다는 정상 가동하면서 웨이퍼 투입량을 축소해 가동률을 낮추겠다는 것으로 풀이됐다.
가동을 중단할 경우 다시 가동하는 것이 힘드나 가동률을 낮출 경우 시황이 좋아질 때 곧바로 생산량을 늘릴 수 있다.
현대전자는 일단 최대 10%까지 생산량을 감축할 것으로 알려졌는데 64Mb 환산 기준으로 월 600만∼700만개 수준이다.
현대전자는 지난 98년 6월 초 D램 업체로는 처음 일주일 동안 반도체 공장의 가동을 전면 중단해 삼성전자와 LG반도체, 경쟁사들도 동참한 바 있다.
◇ 경쟁사 동향=현대전자가 감산에 돌입할 경우 가세할 가능성이 높은 D램 업체는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이다.
두 회사는 다른 D램 업체에 비해 64Mb 제품 비중이 높아 가격 하락으로 인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달에는 회기 결산을 위해 현물시장에 제품을 대거 밀어내기도 했다. 지난달 말께 밀어내기를 중단해 가격 하락은 일단 저지됐으나 채산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에 현대전자가 감산하면 마이크론과 인피니온은 생산 구조조정 차원에서 동참할 가능성이 높다. 사정이 더욱 어려운 대만의 D램 업체들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
반면 NEC와 히타치 등 일본업체들은 지속적으로 64Mb 제품의 생산을 줄여온데다 256Mb 제품 위주로 생산구조를 재편하는 중이어서 감산과는 무관하다.
삼성전자의 감산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이 회사도 이달들어 영업이익이 급감했으나 가격 변동이 적은 256Mb 제품 위주로 체질을 바꿔놓아 감산의 여지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불황이 장기화할 경우 일부 64Mb 제품의 감산 가능성이 제기되나 삼성전자는 아직은 그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현대전자를 비롯한 D램 업체들은 담합행위 등 불공정거래 혐의를 받을 수 있어 공식적으로 감산을 협의하지 않는다. 하지만 비공식적으로는 서로 감산 의사를 타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산의 효과는 있나=현대전자 단독의 감산으로는 별다른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대전자가 10%까지 공급량을 줄인다해도 전체 시장의 공급량 감소분은 2% 남짓에 불과하다.
가격 상승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다. 업계 전문가들은 『워낙 수요가 침체된 상황에서 현대전자의 감산이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기는 힘들며 다른 회사가 참여해야만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타브리지 부사장의 발언은 다른 D램 업체에 『우리가 감산할테니 똑같은 입장인 너희들도 동참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D램 업체간의 감산 논의는 그 자체로 담합행위로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전자 외의 업체들은 여전히 눈치만 보고 있으나 현대전자가 감산에 들어갔음에도 불구, 가격 상승이나 시황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감산은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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