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장비株 먹구름

세계 주요 반도체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어 국내 장비업체들에도 파장이 우려된다.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영업환경이 초호황을 누렸던 지난해에 비해 퇴조할 것이라는 주장은 있었지만 요즘들어선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 대만의 UMC는 물론 국내 삼성전자와 현대전자의 설비축소 움직임이 당초 예상보다 심각, 올해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매출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내외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들은 올들어 설비투자 축소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다. 대만 TSMC와 UMC는 최근 올해 설비투자 금액을 38억달러, 28억달러에서 27억달러, 20억달러로 하향조정했다. 일본의 도시바·NEC 등 5대 반도체 회사도 설비투자 규모를 올해 9600억엔에서 8000억엔대로 낮췄다. 또 이들 업체의 설비투자가 증산을 위한 투자보다는 신기술 개발쪽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도 1·4분기중 예정했던 300㎜ 파일럿 라인 증설계획을 잠정 중단했고 모토로라도 반도체사업부 인력을 4000명 감원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세계 주요업체들의 설비투자 축소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석포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가 최근 대만 파운드리업체로부터 당초 예정됐던 대규모 발주물량을 취소당했다』며 『투자자들은 최근 대만 파운드리업체와 수주계약을 체결한 국내 장비업체들이 예정대로 발주할 수 있는지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LG투자증권도 26일 반도체 장비업체에 대한 공격적 투자는 피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미지역 반도체시장의 BB율(반도체 장비 출하액 대비 수주액 비율)이 1월말 0.81로 떨어지고 수주액이 급감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 장비시장의 고성장이 일단락됐음을 확인해 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 99년 1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1.0 이상을 유지하던 반도체시장 BB율은 지난해 12월 0.99로 하락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0.81까지 급락한 상태다.

LG투자증권은 이같은 BB율 하락이 반도체 경기불황으로 이미 예고된 것이었으나 하락폭은 예상보다 크며 이에 따라 향후 6개월에서 12개월간 반도체시장의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또 세계 10대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85.6%의 고속성장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10% 이하의 성장률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서도원 LG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들이 삼성전자를 기반으로 성장했지만 최근들어선 수출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며 『세계 장비시장의 성장률 둔화에 따라 국내 업체들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kr>

<표>세계 주요 반도체업체의 시설투자 축소 현황

업체명=내용

대만 TSMC·UMC=2001년 투자비용 38억달러·28억달러에서 27억달러·20억달러로 축소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신규물량 감소 대비 인력감축 방침

모토로라=반도체 사업인력 4000명 축소 방침

현대전자=사업부 분리로 인력축소, 생산라인 재정비

삼성전자=2001년 투자규모 7조7000억원에서 감축 고려

일 도시바·NEC·후지쯔·미쓰비시전기·히타치제작소=올해 설비투자 9600억엔에서 8000억엔으로 하향, 증산용 설비투자보다 신기술 개발에 주력

마이크론테크놀로지스=1·4분기 예정이던 300㎜ 라인 증설계획 중단

대만 UMC=8인치 라인 확장계획 잠정 중단 결정

●자료：메리츠증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