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정책국이 튀어야할 이유

◆정복남 부국장대우 정보통신부장 bnjung@etnews.co.kr

정보통신부가 지난 19일 대통령 업무보고 이후 보여준 일련의 정책적 뒷받침은 매우 고무적이다. 김대중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도 있었지만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및 육성대책을 신속하게 내놓은 것은 순발력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정통부는 대통령 당부사항의 후속조치로 곧바로 국내외 소프트웨어업체 및 관련기관 대표들을 초청, 긴급 간담회를 갖고 현황과 대응책을 논의했다. 26일에는 소프트웨어를 반도체 이후의 수출 주력산업으로 육성한다는 정부차원의 기본계획도 수립, 발표했다.

각 정부부처가 청와대 보고에서 지시받은 대통령 하명 사항을 정책으로 이행하기 위해 재탕 삼탕의 정책을 되풀이하고 심지어 기존 정책을 뒤집는 새로운 보완책을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지만 정통부의 후속조치는 시장과 기업 모두에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는 점에서 반가운 현상이다. 어느 소프트웨어업체 대표는 『정부의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 근절의지와 수출육성책 발표로 당장 주식가격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며 정부에 감사한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이같은 행정 효과는 정통부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정통부 정보통신정책국 업무에 속한다. 과거 정책실 시절, 정보통신 전반에 걸쳐 발휘한 엄청난 영향력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정책국으로 축소된 현재의 모습은 다소 의아스럽기까지 하다.

사실 정통부의 얼굴 역할을 하던 정책국은 지난 1년여 동안 IMT2000사업자 선정이라는 대형 프로젝트에 가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왔다. 정책국이 입안하고 실행한 정책의 중요도나 성가는 차치한 채 사업자 선정이라는 핫 이슈에 밀려 버린 탓이다. 제 아무리 뛰어나고 기발한 정책을 내놓는다 해도 그것이 언론을 통해 국민 일반에 충분히 전달되지 못하면 그 효과는 반감되게 마련이고 그런 의미에서 정책국은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해 왔던 셈이다.

더구나 정부조직법상 소위 견제와 균형원칙에 입각한 부처별 업무 중복은 정책국의 위상을 흔드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전통적으로 정통부 정책국이 담당해 왔던 벤처 지원 및 육성은 산업자원부가 견제하고 있으며 소프트웨어 육성 역시 문화관광부가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물론 이같은 상황은 정보화기획실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어 정통부 차원의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이를 뒤집으면 인터넷으로 대변되는 디지털 지식정보시대에 정책국과 정보화기획실이 그만큼 탁월한 정책 성가를 보여주었다는 의미에 다름아니다. 특히 정책국은 외환위기(IMF) 극복의 일등 공신인 벤처 육성을 직접 지휘한 해결사였다. 현재도 벤처 육성정책은 우리 경제를 침체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주요 수단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이 없다. 결국 노리는 사람이 많을 수밖에 없고 견제당할 수밖에 없다.

이런 판에 정책국이 최근 보여주고 있는 「정책 드라이브」와 이를 실무적으로 착근시킬 수 있는 조직 및 인원 보강은 기대를 걸어볼 만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정책국은 외환위기 재발 가능성이 높아진 한국경제에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해서는 역시 중소기업, 벤처기업을 집중 육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 벤처팀을 신설했고 미국 동부의 실리콘밸리로 떠오른 보스턴지역에 진출하는 「아이팍」을 신설, 책임자를 영입하기도 했다. 특히 보스턴 아이팍의 CEO로 영입된 안홍철 소장은 행시 23회로 재경부 과장 출신이면서 외국 금융기관 경력까지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무게를 더해주고 있다.

정부의 생리상 조직이 신설된다는 것은 새로운 업무영역에 더 많은 행정력과 기획력을 쏟아 부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서는 벤처팀을 통해 다시 한번 우리 경제의 체질 강화에 나서고 해외에서는 세계로 뻗어 가는 한국기업들의 앞길을 닦아주겠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이 무기한 연기됐지만 안병엽 장관의 의지대로라면 상반기중에는 완료될 전망이다. 이제 정책국이 튀어야 할 때가 됐다. 그래야 정통부가 뜬다. 우리 경제가 어려울수록 고용과 중소기업 육성, 수출 활성화를 책임지고 있는 정책국의 활약에 눈길이 쏠리게 된다. 정통부는 이미 그런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자신감을 갖고 뛰는 정책국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