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서비스株 유럽發 강풍에 비틀

통신서비스업체 주가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고 있다.

21일 대형 통신서비스주들은 투매양상마저 보이며 일제히 하락했다. SK텔레콤은 이날 외국인 매도를 이기지 못하고 전날보다 1만9000원(8.15%) 하락한 21만4000원으로 마감하며 5개월여 만에 22만원 선이 붕괴됐다. 한국통신은 3200원 하락한 6만5500원으로 마감됐고, 한통프리텔과 한통엠닷컴도 각각 3250원, 570원 떨어진 4만1200원과 9880원으로 끝났다. 포철 매각설이 제기되며 등락을 거듭하던 LG텔레콤도 통신서비스주의 약세를 이기지 못하고 전날보다 130원 하락한 6550원으로 마감됐다.

통신서비스주들은 최근 유럽에서 건너온 차세대이동통신(IMT2000) 사업의 불확실성 유탄을 맞고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주말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S&P는 수십조원에 이르는 정부출연금으로 재정압박에 시달리는 유럽 통신서비스업체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하향조정했다. 이는 곧바로 유럽통신서비스주의 폭락세로 나타났고 글로벌펀드도 세계 증시의 통신서비스주 비중 축소에 나서면서 전세계 통신서비스업체의 주가가 낙하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같은 통신서비스주의 주가하락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장기화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정철 대신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시장에서 벌써부터 통신서비스업체의 주가침체가 올 연말까지 이어갈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며 『모멘텀을 상실한 통신서비스주가 당분간 주가를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국내 통신서비스주의 대표주자인 SK텔레콤은 올들어 비동기 IMT2000 사업자 선정과 전략적 지분매각을 호재로 29만3000원(1월 12일)까지 상승했지만 IMT2000에 대한 사업성에 의문을 갖기 시작한 외국인의 매도세가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21만원대까지 주가가 밀렸다.

또 올해 시장점유율 제한에 따른 실적둔화와 외국인지분한도 소진으로 인한 주식수급의 문제도 SK텔레콤의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본지 21일자 22면 참조

한국통신은 최근 정부지분 매각실패로 인해 민영화 계획과 해외 지분매각 전략이 차질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진 가운데 전세계 통신서비스주 하락이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한국통신의 주가하락은 한국통신프리텔과 한국통신엠닷컴의 주가에 악영향을 미치면서 코스닥시장까지 하락장으로 몰아가고 있다.

반영원 굿모닝증권 연구원은 『유럽시장에서 수십조원대에 이르는 출연금 규모에 비해 IMT2000 사업의 전망이 밝지 못하다는 분석이 제기되면서 통신서비스주들의 주가하락이 잇따르고 있다』며 『유럽증시의 통신서비스업체 주가가 안정을 보이지 않는한 국내 통신서비스업체의 주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유럽증시의 통신서비주와 국내 통신서비주가 차별화 양상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양종인 동원증권 연구원은 『IMT2000 출연금 부담이 전세계 통신서비스주를 패닉으로 몰아넣고 있지만 국내 통신서비스업체의 경우 출연금이 유럽업체의 7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며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이 추진하고 있는 전략적 지분매각이 가시적인 성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다음달 정도면 통신서비스주들이 모멘텀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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