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무역법 시행령·관리규정 개정 의미

산업자원부가 15일 발표한 「대외무역법 시행령 개정안과 관련 관리 규정 개정안」은 한마디로 「디지털 경제·무역시대」에 걸맞은 법·제도적 조정이란 점에서 의미가 있다. 손에 잡히는 물체에 한해 인정됐던 교역대상 상품의 범위가 디지털경제 조류에 맞춰 디지털데이터 형태의 상품으로까지 확대됐기 때문이다. 또 온라인 전송의 경우 「관세선 통과」라는 물리적 경계를 기준으로 하는 기존 수출입상품 통관 개념이 무너지게 된 현실적 상황도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우선 그동안 손으로 만져지는 상품에 국한됐던 대외무역법 적용 대상에 SW, 디지털콘텐츠, 기타 산자부 장관이 정해 고시하는 전자적 형태의 무체물이 신설규정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는 그동안 하드웨어에 담겨 거래되었던 디지털방식의 상품인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음반, 전자서적의 온라인상 수출입 및 거래활성화로 인해 수출입 대상으로 인정하게 됐다는 의미다.

이 법안은 그러나 법률·교육콘텐츠 등의 콘텐츠 공급행위에 대해서는 상품 수출이라기보다는 순수한 서비스 공급에 해당한다고 보고 이를 「전자적 형태의 무체물」 상품규정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정부는 향후 업계의 수요와 기술발전 양상을 감안해 관리 규정에서 무역의 범위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 법안에서는 솔루션에 대해 개념정의가 확립되지 않은 만큼 업계와 학계의 의견을 수렴해 관리규정으로 정하기로 했다.

◇무역법상 디지털상품 인정 의미=인터넷을 통해 디지털방식의 다양한 저작물 수출을 활성화할 전기를 마련했다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전자교역시대로의 전환이라는 전세계적 교역흐름의 대세가 우리에게 디지털형태로 이뤄진 상품을 교역품목으로 인정토록 한 셈이다. 4월부터 본격 시행될 이 법안마련은 아날로그 방식의 기존교역이 본격적인 디지털방식의 전자무역시대와 함께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반영한다.

이 법안마련은 디지털경제 교역체제를 인정하게 되는 한편 기존의 전자무역자동화시스템의 확산을 더욱 촉진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전자교역 절차 =이번 시행령 개정안은 온라인 거래에 대한 거래(인도)사실 확인을 위해 한국무역협회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를 온라인 수출입 확인기관으로 지정하고 있다.

SW를 온라인으로 수출하는 기업이 온라인 수출입 내용을 확인한다고 가정할 때 이 회사는 우선 외국 수입자와 수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계약서 내용을 바탕으로 SW를 온라인으로 전송 수출하게 된다. 그런 다음 수출계약서와 SW전송기록을 신청서와 함께 한국 무역협회(또는 한국SW산업협회)에 제출하고 이어 이들 두기관의 서류심사와 시스템실사(필요할 경우)를 거쳐 수출확인서를 발급받는다. 확인서를 발급받은 업체는 이를 거래 외국환은행에 제출함으로써 정식 수출실적으로 인정받아 무역 금융, 벤처기업 지정 등의 용도에 활용할 수 있게 된다.

◇향후 과제와 산업계 파급효과 =산자부는 이번 법안에서 전자적 형태의 무체물을 휴대 반출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산자부 장관이 지정 고시하는 방법」이란 표현으로 정확하게 규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향후 디지털형태의 상품교역이 활발해지게 되고 수출시장 확대가 이뤄질 경우 이러한 방법에 대한 감시규정이 필요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계에는 미치는 기대효과로는 각종 SW개발 및 이를 통한 인터넷 거래 활성화 촉진이 꼽힌다. 산자부도 오는 3월말이면 시행될 이 법안과 관련, 특히 정보기술(IT)산업의 수출 촉진과 인터넷 벤처기업의 수출기업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온라인 수출기업이 대외무역법상 무역의 대상에 해당하는 디지털 상품수출 실적을 인정받을 경우 무역금융·신용보증한도 증가, 벤처지정 등을 통해 각종 정책적 혜택을 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업계 반응=그동안 SW업체들은 온라인을 통해 각종 SW와 영상물, 애니메이션, 전자책 등 디지털 콘텐츠를 수출할 경우에는 통상적인 무역 거래로 인정받지 못해 외환거래, 금융 서비스, 신용 대출, 벤처기업 지정 등의 측면에서 불편을 겪어왔다.

그러나 앞으로는 이같은 불편이 크게 해소돼 SW 및 디지털콘텐츠 업체들이 기존의 CD롬이나 패키지 형태의 제품 수출에서 탈피해 온라인 방식의 제품 수출에도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법령 개정으로 수출입 증명서 발급기관으로 지정될 예정인 소프트웨어산업협회측의 한 관계자는 『현재 온라인 방식으로 제품을 수출할 경우에는 관세청에 통관 신고가 되지 않기 때문에 정확한 수출 규모를 파악하기는 힘든 상황이지만 전체 SW 수출의 10% 정도가 온라인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향후 온라인 방식의 수출 비중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소프트웨어업계에서는 특히 그동안 온라인 방식의 제품 수출시에는 수출입 확인 증명을 받지 못해 외환 거래, 신용 대출 등이 쉽지 않았으나 앞으로는 훨씬 용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들은 향후 SW의 온라인 수출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온라인 수출 제품 및 기업에 대한 면세 혜택 등도 적극 검토돼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