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e마켓의 두얼굴

『김 상무님 조직정도면 충분히 가능하지 않으십니까. 먼저 해보시지요.』 『구조조정 직후라 직원들 분위기가 좀 그렇네요. 가뜩이나 분위기가 침체돼 있는데 시범 사이트를 구축한다는 게 영…, 박 전무님쪽에서 테이프를 끊으시지요.』

어느 기업소모성자재(MRO) 분야 대형 e마켓플레이스(이하 e마켓)의 주주사 임원들의 회의장의 한 모습이다.

e마켓과 기업 내부 업무시스템과의 연동이 e마켓플레이스 활용 효과를 극대화시킨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 또 자본을 투자한 「우리 e마켓」이 「경쟁 e마켓」보다 활성화돼야 한다는 대목에 대해서도 모두 동의한다. 그러나 막상 실행이라는 각론에서는 대부분의 주주사들이 「형님 먼저 아우 먼저」를 외치며 미루고 있는 실정이다.

e마켓 영업 담당자들은 심정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기업들이 내부 업무시스템을 외부시스템과 연동하는 작업에서 리스크가 따를 수 있다는 부담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이트를 통한 거래에조차 나서기를 꺼리는데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는 e마켓업체들의 하소연이다. 비용을 들인 주주사마저 이런 상황인데 e마켓에 대한 일반 기업의 인식은 어떻겠냐는 것이다.

지난 하반기부터 많은 기업들이 「리엔지니어링」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조직의 경영혁신, 리마인드의 중요성을 새삼 강조하고 있다. e비즈니스를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바로 조직의 혁신과 그로 인한 효율성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e마켓에 대한 소극적 내지는 부정적 태도는 떠들썩한 구호와는 거리가 멀다. 그저 「경기위축에 따른 투자축소를 위한 변명」 수준이라는 비아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주사 영업을 담당하고 있는 e마켓의 한 관계자는 『요즘 같은 때는 조금의 변화만 느껴져도 구조조정으로 확대 해석돼 조직이 어수선해진다는 게 주주사들의 해명』이라며 『e마켓이 활성화되기 위해 넘어야할 문턱은 정말 까마득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다른 관계자는 『e비즈니스도 결국 기업과 사람이 해야할 일인데 최고 경영자든 실무자든 의식 변화가 아쉽다』고 말한다.

불과 얼마전까지 e마켓을 향해 내달렸던 기업들의 모습과 그들이 만든 e마켓을 대하는 상반된 태도가 묘하게 오버랩된다.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