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산업체를 비롯해 학계·연구계가 공동으로 자동차용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다.
자동차에 채택되는 반도체는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종류가 다양하고 양도 많다. 엔진을 비롯해서 창이나 문, 브레이크, 심지어 타이어의 공기압, 트렁크 등 거의 모든 부분을 제어하는 데 반도체가 쓰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자동차에 위성위치측정시스템(GPS)을 이용한 카 내비게이션, 자동운전 등에도 반도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현재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는 컴퓨터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보다 많다고 한다.
더욱이 자동차의 전자장치 채택 비율도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고급 승용차일수록 반도체의 채택 비율은 높다. 이미 미국 모토로라는 독일의 자동차업체인 BMW와 손잡고 공동연구를 시작한 상태다. 그들은 반도체를 이용해 자동차를 완벽하게 제어하는 이른바 「꿈의 자동차」 개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기술을 이용, 자동차가 고장을 스스로 진단·처방하고 때로는 스스로 고치기까지하는 제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인터넷이 보편화되면서 자동차는 이동하는 사무실이 될 공산이 크다. 자동차업계와 반도체업계는 현대인이 자동차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점에 착안해 자동차안에서 인터넷에 연결, 주식거래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및 각종 검색 등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의 경쟁 요소는 주행 등 물리적 성능 못지 않게 전자화나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자동차용 반도체 시장규모는 지금도 매우 크지만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이 시장의 대부분은 미국의 모토로라 등 외국 반도체업체가 차지하고 있다. 우리는 극히 일부의 자동차용 반도체를 개발했고 시장 장악력도 미미한 실정이다.
아마 그것은 우리의 기술이 부족한 탓도 있겠지만 자동차용 반도체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데도 원인이 있을 것이다.
이제부터 우리가 자동차용 IC 개발에 나선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리 늦은 것은 아니다. 우리가 이미 확보한 메모리 반도체 생산기술은 세계 일류 수준이다. 설계기술이 다소 뒤진다고 하나 그것이 그리 큰 문제는 될 것 같지 않다. 또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자동차를 대량으로 생산하는 몇 개 되지 않는 나라 가운데 하나기 때문에 제품만 좋으면 수요기반도 튼튼하다. 특히 자동차용 IC는 일반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가격변동도 심하지 않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에 산·학·연 공동으로 수행하고 있는 자동차용 IC 개발이 성공하기를 바라는 한편, 이 분야에 관심이 높아져 많은 업체들이 개발에 나섰으면 한다. 좋은 제품을 개발하면 자동차업체도 꼭 외국산 반도체 사용만을 고집하지는 않을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에서 거둔 성공이 자동차용 반도체에도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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