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KT) 직원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전문 경영인이 사장에 부임했고 더구나 그는 KT가 「친정」이며 당대의 이론가에 「시장」이라는 정글에서의 전투 경험도 풍부한 「백전노장」이다. 「사령관」이 조직의 구석 구석을 꿰뚫고 있고 실무에도 통달하다 보니 「쫓아가기 바쁘다」는 것이 참모들의 공통된 전언이다.
직원들이 비슷한 성격의 BT나 AT&T의 사례를 공부하는 것은 물론 시스코시스템스·마이크로소프트 등 최고의 벤처기업을 벤치마킹하고 있다.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책을 구입, 정독하고 있는 것도 KT 개혁 바람의 한 단면이다.
-올해 최고 경영자로서 반드시 성취해야 할 목표가 있다면.
▲직원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일 속에 안주해서는 곤란하다. 새로운 세상을 보는 눈을 가져야 한다. 20여년간 해온 일은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지만 알에서 껍질을 깨고 나오듯 다른 세상, 다른 시각에서의 평가와 접근 자세도 필요하다.
-민영화와 관련, 여러 가지 시나리오가 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재벌과의 빅딜설까지 나돌고 있는데 KT 차원에서 확고한 입장이 있는가.
▲올해 민영화를 시작하지만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이다. 소유 구조와 관련해서 여러 대안이 검토될 수 있지만 KT는 독점적 기업 성격 탓에 하나의 주인이 등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 외국인이 절대주주로 등장, 국내 정보통신 인프라의 독점적 기업을 장악하는 것도 생각해볼 사안이다. KT는 다수기업에 의한 다원적 지배구조를 확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시각을 정리해 KT 차원의 민영화 방안을 조만간 수립하겠다.
-IMT2000 상용화 시기를 국산 장비 개발 시점과 연계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일정기간 연기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도 시기에 대해서는 탄력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서비스 시기는 사업자가 선택해야 할 사안이다. 국산 장비 개발 시점과 연계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사업자로서 서비스 수요가 있고 수익성이 확실하다는 판단이 서는 시점을 선택할 것이다. 국산 장비는 우선 고려 순위에서 두세 번째쯤 된다.
-SK텔레콤은 공식적으로 예정된 일정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SK와 시장 상황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르다면 서비스 시기도 각각 달라질 수 있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KT와 SKT 나름대로 서비스 시기를 저울질할 것이지만 SKT가 오는 2002년 5월 상용서비스에 돌입하는데 KT만 이런저런 사정으로 시기를 연기할 수는 없다. 개인휴대통신(PCS)에서 보듯이 어차피 시장 경쟁이기 때문에 SKT가 상용화한다면 KT도 한다. 결국 상용화 시기는 KT와 SKT가 같은 날이 될 것이다.
-대주주인 정부가 정책적 의지를 통해 KT의 수익성에 반하는 경영전략을 주문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갈등이 빚어진다면 무엇이 우선인가.
▲물론 KT의 수익성이 우선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의지도 존중해야 한다. 정부 역시 KT가 감내할 만한 수준에서 정책을 펼 것이다. 예컨데 올해 투자비를 상반기에 집중해 달라거나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해 달라거나 하는 것들이다. KT는 적극 협조할 것이다.
이상철 사장은 『이제는 SKT와 진검승부를 해볼 만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웃음으로 답변했다. 그러면서 『SKT와는 경쟁과 협력을 동시에 진행하겠다. 심지어 IMT2000 기지국의 완전 공용화도 가능하다. 그렇게 해도 경쟁은 가능하다. 경쟁과 협력은 동전의 양면이다』라고 말했다.
당대의 전문 경영인으로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동기식 사업자의 향배에 대한 생각이 궁금했다. 그는 비보도를 전제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놨지만 『현 시장 구조에서 동기사업자가 유리한 점은 거의 없다. 살아 남으려면 가입자 모집을 전제로 하지 않는 전혀 새로운 개념의 사업이 등장해야 한다』는 사견 정도를 밝혔다.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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