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PC 저장장치 분야의 최대 화제는 단연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 업계 2위와 3위인 퀀텀과 맥스터가 합병해 시게이트테크놀로지를 누르고 1위에 올라선 사건일 것이다. 특히 이 M&A는 3위 맥스터를 존속회사로 퀀텀이 흡수되는 다소 상식밖의 형태여서 주위를 어리둥절케 했다.
이 의외의 합병은 사실 퀀텀의 회장 겸 CEO인 마이클 브라운이 연출해 낸 작품에 다름아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40대 초반의 젊은 CEO 이미지에 걸맞은 매우 과감한 결정이라고 호평하기도 한다.
브라운 스스로는 맥스터와의 합병에 대해 『업체간 지나친 경쟁으로 이전투구 양상까지 보이고 있는 HDD 시장에서 상생(相生)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의미를 부여한다.
올해 42세가 되는 브라운은 하버드대학을 거쳐 스탠퍼드대학에서 경영학석사(MBA) 학위를 취득한 뒤 84년 퀀텀과 인연을 맺었다. 주로 마케팅 분야에서 능력을 발휘하면서 92년 COO, 95년 CEO 등으로 빠르게 출세가도를 달렸다.
지금 그는 맥스터·퀀텀 합병사의 CEO로 HDD 업계에서는 최대의 영향력을 지닌 인물이 됐다. 동시에 모체인 HDD사업부분을 떼내고 규모가 크게 줄어든 신생 퀀텀을 재건해야 하는 임무도 맡게 됐다.
퀀텀의 사업 방향은 미 EMC가 버티고 있는 스토리지(저장)장치 시장으로 향해 있다. 브라운 회장이 자기테이프·네트워크 기술 등 필요조건을 모두 갖춘 퀀텀을 HDD부분에서와 마찬가지로 스토리지 분야의 최고 업체로 올려 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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