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철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dchan@swift2.swu.ac.kr)
80년 성균관대 건축공학과 공학사
84년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90년 미국 조지아대 경영학 박사과정
93년 미국 세인트루이스대 경영학 박사
94∼95년 현대그룹 경제연구소 마케팅실장
99년∼현재 서울여대 경영학과 부교수, 부설 유통전략연구소 소장, 타스테크 상임고문, 미래트레이딩넷 상임고문, 삼양사 연구교수
저서:소매관리, 전략적 소매경영 등
백색가전과 디지털가전, 컴퓨터 주변기기와 각종 첨단 IT제품들을 어떻게 히트상품으로 만들 수 있을까. 광고를 대량으로 쏟아부으면 가능할까. 국내에 진출한 모 외국계 전자업체의 담당자는 필자에게 광고를 없애면 당장 매출이 반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다. 물론 이 업체는 많은 히트상품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업체는 제품도 원래 좋고 또한 유통도 아주 잘 관리하고 있다.
국내의 모 가전업체는 광고를 수없이 했는데도 히트상품이 별로 없다. 이 업체의 제품은 괜찮으나 유통은 상당히 약한 편이다. 어느 외국 IT업체는 아주 강한 제품을 들여와서 국내에서 열심히 영업을 해 초반에는 매출을 어느 정도 올렸다. 그러나 한번 구매한 기업체 고객들이 재구매를 거의 하지 않으면서 매출부진에 허덕이고 있다. 물론 히트상품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도 거의 없다.
이는 외국과는 전혀 다른 국내의 열악한 사업환경(각종 자료의 미비, 업체간의 협력미비)에 적합하지 않는 외국계의 솔루션을 그대로 들여다 열심히 영업만 한 결과였다. 최근에는 이러한 외국계 업체들의 각종 솔루션에 대한 무용론이 국내실무자들의 입에서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히트상품이 되기 위한 기본적인 전제조건은 아주 좋은 제품 그리고 적절한 가격에 다양한 광고다. 그러나 히트상품이 되기 위한 필수적인 전제조건은 강한 유통망과 국내현실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는 영업조직의 활용이다. 다시 말해서, 유통과 영업이 약해서는 절대로 히트상품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유통망과 영업망을 쥐고 있는 업체만이 히트상품 제조업체의 선두에 설 수 있다. 약 7년전에 국내의 모그룹이 미국의 어느 제품을 국내에 들여다가 약간 변형해서 판매를 시도하였다. 물론 제품은 상당히 좋은 편이었다. 그러나 그 업체는 유통망이 너무나 약하였고, 이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하지 않고 광고를 수개월 동안 해 제품도 좋으니 얼마든지 팔리겠지 하였다. TV광고가 나간 지 몇 달이 지난 후에도 변변치 못한 자사유통망(그것도 다른 업체들과의 혼합대리점)에만 깔고는 그 외의 강한 점포(백화점, 도매대리점, 각종전자상가)에는 선보이지도 못하였다. 그 제품은 빛을 전혀 못보고 사라졌고, 제품개발비와 광고비는 보상을 받을 길이 없었다.
아주 강한 제품을 가진 모 외국업체가 국내에서 판매가 부진한 이유를 찾는 데 한참의 시간이 걸린 적이 있었다. 외국계 의사결정자는 국내 사정에 전혀 어두워서 당연히 자기 나라에서 하던 식으로 마케팅을 했다. 선진외국업체의 기본적인 사업동인(business motivator)은 많은 이익이다. 이익이 된다면 경쟁업체의 제품을 가져다 팔 수도 있고, 이익이 된다면 수십년 동안 원수지간인 업체와도 제휴를 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제조업체에 많은 유통마진만 확보해주면 제조업체와 유통업체간의 그동안 묶은 감정은 사라져버리고 제조업체의 제품이 그 유통업체의 아주 좋은 매대에 깔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국내의 경우 철저한 배타적 제품취급 방식에 굳어져 있는 한국식 프랜차이즈인 대리점체제에서는 경쟁업체의 제품을 취급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아무리 많은 마진을 확보해 주더라도 이것은 실행이 불가능한 것이다. 이러한 사정을 전혀 모르는 모 외국업체 결정권자는 어느 업체보다도 더 높은 유통마진의 확보를 무기로 내세우면서 광고전략, 판촉전략, 고객관리전략을 수립하고 시행하였다. 그러나 이 회사의 제품들은 적절한 판로를 찾지 못해서 히트상품의 반열에 끼지 못하였다. 아직도 히트상품이라고는 거의 가지고 있지 못하다.
이에 반해 국내의 모 업체는 아주 많은 히트상품을 가지고 있다. 물론 경쟁업체와 적절하게 협력과 경쟁 및 페이스조절을 하면서 신제품들을 하나 둘씩 히트상품의 반열에 올리고 있다. 물론 참신하고 다양한 판촉전략들(음악회, 고객사은카드)도 활용하고 있다. 이 업체의 제품이 좋아서 히트상품이 되었다고 우길 수는 있다. 그러나 그 정도되는 외국업체들의 제품들도 국내에 많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외국업체들은 히트상품을 잘 만들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그 국내업체는 유통을 확실하게 장악하고 있고 외국업체들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히트상품을 만들고 싶다면 유통망과 영업망을 어떻게 확보할 수 있는지를 먼저 계산하고 제품 개발 혹은 수입에 들어서야 한다. 유통망 구축은 제품개발만큼 많은 투자와 시간을 요하는 것이다. 제조와 유통이 거의 완전 분리된 선진외국에서는 제품제조만 잘하면 얼마든지 히트상품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유통이 힘있는 제조업체의 손아귀에 있는 국내현실에서는 유통망 없이 히트상품을 만들겠다는 것은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국내에서 직접 유통에 뛰어드는 외국업체는 거의 없고, 또 앞으로 적어도 10년 이내에는 그렇게 많이 나오기 힘들다. 국내의 유통환경이 너무나 나쁘기 때문이다. 외국인으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무자료거래의 만연(아마 전세계에 대만과 한국에만 만연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제조업체가 유통을 지배하겠다고 필사적으로 노력을 하는 제조업체의 유통통제 환상(선진국에서 보면 전혀 바람직하지 않은) 그리고 한국식 영업관행의 팽배(세금공제가 되는 공식입점비나 리베이트가 아닌 장부상에 없는 각종 장려금들) 속에서 직접 유통에 뛰어들 외국계 업체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에서 히트상품을 만들고 싶으면 일단 한국식 영업관행과 유통질서에 편승하면서 제품의 시장점유율을 조금씩 늘려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충동성이 있는 일반 포장소비재나 각종 규격공산품들에 비해, 기능성이 중시되면서 단가가 센 가전과 빠른 속도와 강한 제품력을 요구하는 각종 IT제품들이 단번에 히트상품의 반열에 들어가기는 아주 힘든 일이다. 유통을 먼저 장악하거나, 각종 영업조직을 먼저 인수한 후에 좋은 제품 아니면 적절한 제품을 개발하거나 수입 혹은 구비하는 경우가 히트상품의 성공확률을 높일 수 있는 방식이다.
매장에 와서 고객이 찾으면 그 제품은 당연히 매장에 비치되어야 한다. 고객들이 스스로 알아서 업체로 전화를 하는 인바운드콜(in-bound call)이 들어오면 그 제품은 팔려나가게 된다.
고객을 점포로 불러들이거나 고객으로 하여금 스스로 제품을 찾도록 하려면 고객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정보는 제조업체나 수입업체 혹은 국내에 진출한 외국업체가 스스로 만들기에는 너무나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든다. 어디서 구하나. 점포에 가면 그냥 쉽게 구할 수 있다. 영업사원들도 이 자료를 가지고 있다. 물론 유통업체가 가지고 있는 자료를 그냥 구할 수는 없고 적절한 보상을 해주면 구할 수 있다. 실제 국내 모 전자업체는 대리점이 가진 고객 리스트당 특정 소수금액을 대리점에 보상해주고 입수, 활용해서 히트상품을 만든 적이 있다. 또 영업사원들도 자신의 보호책이자 무기인 이 고객자료를 그냥 내놓지 않는다. 국내 모 IT업체는 영업사원들의 고객자료를 노트북으로 입력시키는 방식을 활용해서 제품판매에 일조를 한 적이 있다.
이러한 고객자료가 입수되면 그 고객자료의 유용성을 면밀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서 입수되는 수많은 고객자료는 불충분하거나, 부정확하거나, 미비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 이러한 고객자료들을 활용해서 요즈음 한참 주가를 높이고 있는 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을 해봐야 별로 득을 보지 못한다. 현재 국내에서 CRM을 해서 득을 본 업체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앞으로도 고객자료에 대한 정확성을 검증하지 않고 그냥 입수되는 자료를 가지고 하는 CRM은 거의 대부분은 실패로 돌아갈 것이다.
고객자료가 입수된 후에 업체가 직접 고객에게 전화를 하거나, DM을 발송하거나, e메일을 보내서 점포방문을 유도해 영업을 진행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에게 판매종결을 하기 위해서는 유통과 영업쪽에서 많은 노력이 든다. 고객자료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고객에게 각종 서비스와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히트상품을 꼭 만들고 싶으면 이러한 고객과 최후의 접점에 서있는 유통인력과 영업인력에게 그들의 노력에 대한 능력급적인 보상제를 실시하여야 한다. 많은 업체들이 히트상품이 될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갗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냥 별 볼일 없는, 아니면 그저 최소매출만 이룩하는 경우가 많다. 고객으로부터 돈을 직접 받아들이는 최일선의 유통맨과 영업맨들이 거두어들이는 성과에 대한 철저한 보상제가 있어야 한다. 확실하고 또 충분한 유통마진의 보장이나 영업인력에 대한 철저한 성과급제의 보장이 전제가 되지 않고서는 히트상품이 만들어지기 힘들다. 표3참조
디지털가전과 IT는 국내산업 중에서 비중이 가장 높은 산업 중 하나임과 동시에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수많은 제품들이 매년 개발되지만 이중에 완전한 빅히트상품은 1000분의 1도 안되고, 어느 정도의 히트상품이 그저 100분의 몇 정도다. 전통적인 히트상품의 조건인 고객욕구의 정확한 파악과 이에서 출발하는 제품개발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실제적으로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더 중요한 것은 고객으로부터 최종적으로 돈을 받아들이는 업무가 무엇인가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서 시작된다. 그것은 점포영업과 개별영업에서 이루어진다. 유통과 영업에 대한 확실한 전략과 투자계획을 먼저 수립한 후에 신제품 개발에 착수하라. 특히 불황기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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