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정보통신 산업을 움직이는 사람들>41회-가전산업(1); 종합가전업체

21세기 전자산업의 화두가 디지털인 만큼 최근 전자산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전자업계는 아날로그 시대에 못이룬 세계 제패의 꿈을 반드시 이뤄 한국을 디지털 강국으로 만들기 위해 디지털 시장 공략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대우전자 등 가전 3사를 필두로 가전업계도 현재 세계 5, 6위권을 맴돌고 있는 우리나라 전자산업의 경쟁력을 세계 1, 2위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첨단 디지털 제품을 개발하고 디지털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가전업계에 몸담고 있는 최고경영책임자(CEO)를 포함한 임직원들은 디지털 시대에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리더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디지털 경영 마인드를 바탕으로 사업전략을 펼쳐가고 있다.

가전업계에는 디지털 경영하면 떠오르는 몇몇 CEO들이 있다. 그들 중에서도 구자홍 LG전자 부회장(54)은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CEO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인물. 지난해 한국을 대표하는 디지털 CEO로 선정된 구자홍 부회장은 『디지털 시대에는 디지털 핵심기술을 확보한 한국 기업이 세계 시장을 이끌어갈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세계 시장을 누비며 「디지털 경영」을 전파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덕분에 「디지털 전도사」라는 닉네임까지 얻은 구 부회장은 지난해 7월 「디지털 LG」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디지털 시대를 이끌어가는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게 이 비전의 핵심 내용이다.

구 부회장 외에도 LG전자에는 「디지털 LG」 비전을 실현해 나가는 데 주요 역할을 맡은 쟁쟁한 인물들이 포진해 있다.

정병철 대표이사 사장(54)은 입사 당시부터 줄곧 자금·경리 등 재무 분야를 맡아온 재무전문가이면서 국제금융·해외투자 등 해외사업에서도 탁월한 식견을 갖춰 임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은 회사의 살림을 책임지는 막중한 임무를 수행하면서도 최근엔 인터넷정보가전협의회 회장을 맡아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LG전자가 「세계속의 LG」로 도약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노용악 중국 지주회사 사장(60)을 꼽을 수 있다. 65년 LG전자에 입사한 그는 78년 전자업체로는 처음으로 미국 판매법인을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캐나다·일본·필리핀·독일 등 세계 각지에 세워지는 현지법인의 산파역할을 맡아 온 해외 사업 전문가. 특히 중국통으로 불리는 그는 95년부터 중국 지주회사 사장을 맡아 중국 10여개 전 법인을 흑자로 전환시키는 업적을 남겼다.

LG전자 북미지역 총괄겸 CTO를 맡고 있는 백우현 사장(52)은 「디지털TV의 아버지」로 불리는 디지털TV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로 미국 디지털TV 규격을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칠 정도로 미국에서 더 유명한 인물.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하고 MIT공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백 사장은 GI사에 재직중이던 91년부터 디지털TV표준시스템 개발에 참여했고 퀄컴 전무와 GI 부사장을 거쳐 98년 LG전자로 자리를 옮겼다. 백 사장은 한국형 디지털TV와 디지털PDP TV를 개발하는 등 한국이 디지털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대 핵심사업본부를 맡고 있는 구승평 사장(디지털디스플레이사업본부장·58)·김쌍수 부사장(디지털어플라이언스사업본부장·55)·우남균 부사장(디지털미디어사업본부장·51)은 각각의 분야에서 탁월한 성과를 발휘하고 있는 전문경영인.

이들 3인방은 LG전자가 세계 디지털 1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없어서는 안될 핵심 인물들로 현장중심의 경영과 탁월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각자 책임지고 있는 구미·창원·평택공장을 세계적인 디지털 전문 생산기지로 육성하는 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LG전자가 세계 첨단 기술력을 확보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는 LG전자기술원장과 LG생산기술원장을 각각 맡고 있는 김창수 사장(59)과 유건희 사장(60)을 빼놓을 수 없다. 김 사장은 디지털 기초기술 분야의 전문가로 핵심 기초기술 연구에 혁혁한 공헌을 했으며 생산기술 분야의 전문가인 유 사장은 초미세 레이저 절단기술을 개발하는 등 큰 성과를 일궈냈다.

이들 외에도 LG전자에는 정광수 부사장(디지털AV사업부장)을 비롯해 이희국 연구소 총괄 부사장·박종석 디지털TV연구소장·안승권 기술지원담당 상무 등 디지털 LG를 이끌어 갈 차세대 인물들이 대거 포진해 있다.

가장 탄탄한 인맥을 자랑하는 삼성전자에는 지난 96년부터 사령탑을 맡아오고 있는 윤종용 부회장(56)이 가장 성공적인 전문경영인으로 꼽히고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탁월한 경영능력을 발휘해 97년 IMF위기를 넘기면서 삼성전자를 세계적인 초우량 기업으로 올라서게 한 일등공신이다. 특히 올해는 사상 최대 매출실적과 이익을 거두는 등 삼성전자는 물론 국내 전자산업을 한 단계 성숙시키는 데 큰 몫을 해냈다. 이같은 경영능력은 지난해 미 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가 뽑은 올해의 세계 최고경영인 25인, 올 1월에는 미 포천지가 뽑은 99년 아시아기업인에 선정됨으로써 세계적인 경영인으로서 인정받았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 사업을 총괄하는 진대제 사장(48)은 해외 고객사를 방문할 때나 기자들을 만나 사업전략을 소개할 때면 노트북을 꺼내놓고 즉석에서 삼성의 비전을 설명한다. 진 사장으로부터 삼성의 비전을 듣노라면 삼성전자가 그에게 새천년 첫해 새롭게 출범시킨 디지털미디어 총괄부문의 사령탑을 맡긴 이유를 알 수 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매사추세츠대와 스탠퍼드대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지난 85년 삼성전자 미국 현지법인 수석연구원으로 출발해 반도체부문 부사장과 중앙연구소 소장을 거쳐 현재의 자리에 올랐다.

삼성전자는 디지털미디어 부문이 오는 2005년 반도체와 정보통신 부문을 제치고 핵심 사업부문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전망의 배경에는 진 사장을 도와 디지털미디어 총괄을 이끌어가는 장창덕 전무와 신만용 전무 등 막강한 맨 파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디지털영상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장창덕 전무(50)는 5년 이내에 삼성전자가 세계 디지털TV 시장을 석권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디지털TV 시장을 선점한 업체가 미래 디지털 시대의 주역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따라서 그는 디지털TV 분야에서 만큼은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국산 디지털 제품중 세계 시장 석권을 눈앞에 두고 있는 제품으로는 DVD와 MP3플레이어 등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을 꼽을 수 있다. 그래서인지 디지털비데오사업부장 겸 동남아SEIN법인장인 신만용 전무(54)는 디지털 컨버전스 혁명의 선도사업부를 맡고 있다는 자부심이 대단하다. 그는 내년에도 월드베스트 신제품을 대거 출시하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삼성전자가 디지털 리더기업으로서의 입지를 굳혀가는 데 한몫을 톡톡히 해낼 작정이다.

디지털 시장을 선점하려면 먼저 디지털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중앙연구소장직대 겸 통신네트워크랩장을 맡고 있는 이기원 전무(51)의 역할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 전무는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이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각각의 제품들을 연결시키는 기술과 국제 표준기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기술의 무기화」에 역점을 두고 독자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생활가전 분야에도 디지털 바람이 불고 있다. 삼성전자 생활가전총괄 리빙사업부장인 맹윤재 상무(50)와 냉공조사업부장인 김치우 상무(50)는 가전제품의 디지털화·네트워크화에 대응한 인터넷 정보가전 제품개발에 주력하면서 기존 제품의 경우 세계시장을 석권하기 위해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가전산업이 이만큼 성장하는 데 있어 대우전자의 공헌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지금은 회사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나서려 하지 않고 있지만 대우전자에는 미래 디지털 가전산업을 이끌어 갈 쟁쟁한 인물들이 적지 않다.

지난해 대우전자 대표이사를 맡은 장기형 사장(56)은 초유의 위기 속에서도 노사화합을 이끌어 내 당초 예상을 깨고 5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남기며 조기 워크아웃에 대한 희망을 갖게 하는 등 탁월한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84년 대우에 입사한 그는 대우전자 전자레인지 사업본부장, 가전부문 사업담당 전무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해에는 위기의 대우전자를 가장 잘 이끌어 갈 인물로 지목되었다.

대우전자 멀티미디어 부문장 겸 정보통신사업부장을 맡은 유시룡 전무(52)는 74년 대한전선 TV연구소에 입사해 10년 가까이 대우전자 TV개발담당 연구소장 및 TV사업부장으로 재임하면서 디지털TV와 DVD플레이어 등 첨단 제품을 개발하는 등 가전 중심의 사업구조를 디지털 정보가전 중심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현재 디지털사업부장을 맡고 있는 장규환 상무(46)도 빼놓을 수 없는 인물. 76년 대한전선 TV연구소에 입사한 그는 25년 가까이 영상분야에 종사해 온 베테랑으로 대우전자가 국내 최초로 32인치 브라운관 방식의 디지털 HDTV를 개발해 출시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국내 최초로 42인치 벽걸이형 PDP TV를 개발하는 등 대우전자의 디지털 기술력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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