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냉장고 특허분쟁 새국면 돌입

만도공조와 중소 김치냉장고 전문업체들간의 특허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만도공조가 지난달 빌텍과 태영·신일산업·센추리 등 김치냉장고 제조 및 판매업체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특허 및 실용신안권을 침해했다며 「특허권 등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과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낸 데 대해 빌텍과 태영 등 중소 김치냉장고 제조업체들도 최근 만도공조를 상대로 「특허무효소송」과 「권리범위확인 청구소송」을 속속 제기, 본격적인 법적투쟁에 나섰다.

빌텍과 태영 등 중소업체들은 특허소송에서 패소할 경우 곧바로 생존을 위협받을 정도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데다 만도공조가 소송을 제기한 특허와 실용신안권의 경우 이미 관련업계에서는 오래전부터 사용해온 기술이라 충분한 승산이 있다고 보고 관련정보를 공유하는 등 서로 연대해 강력 대응하기로 했다.

또 만도공조도 김치냉장고 선두업체라는 자존심을 내걸고 이번 특허분쟁에 전력을 기울일 계획이어서 이번 김치냉장고 특허권을 둘러싸고 치열한 법정공방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이번 분쟁은 단순한 개별업체간의 분쟁을 넘어서 김치냉장고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선두업체와 나머지 업체 전체의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어 그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분쟁 내용=만도공조가 중소업체들을 상대로 제기한 특허는 특허 1건과 실용신안 3건 등 총 4건이다. 특허권은 복수의 김치저장실을 설치하고 김치저장실의 숙성 및 보관을 각각 독립적으로 제어하는 컨트롤부를 통해 김치의 숙성도를 다르게 하는 기능에 대한 것이다.

또 실용신안권은 발포시 몸체와 발포제 사이에 비닐을 넣는 방법과 도어와 몸체를 연결하는 힌지(hinge) 부위에 사용한 스크류가 보이지 않게 뚜껑을 덮어주는 것, 내부 케이스와 사출물을 고정시키기 위해 몸체 윗부분에 커버를 씌우는 것 등이다.

만도공조측에서는 「딤채」에 적용한 이같은 기능과 방법을 이들 업체가 그대로 도용하고 있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빌텍과 태영 측에서는 만도공조가 확보한 특허의 경우 이미 일본에서는 공지된 기술이라는 점을 들어 특허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또 발포시 비닐을 사용하는 것도 발포업계에서는 수십년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방법이며 몸체부분에 커버를 씌워 내부 케이스를 고정시키는 방법도 밥솥업체들이 오래전부터 적용하고 있어 만도공조의 전유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소송 배경=만도공조는 중소업체들을 상대로 특허소송을 제기한 이유를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지키는 동시에 무질서한 시장질서를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관련업계에서는 만도공조가 지난번 삼성전자와의 특허분쟁에서 패소한 데 대한 화풀이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김치냉장고업계에는 만도공조가 삼성전자의 특허를 5년간 사용하는 대가로 10억원 정도를 지불했으며 앞으로 판매하는 물량에 대해서도 대당 일정액의 로열티를 내기로 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 만도공조측에서도 『양사가 서로의 특허를 인정, 상호 로열티를 지불하기로 했는데 만도공조의 판매량이 삼성전자보다 많아 로열티 차액을 지불하게 된 것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는 소문의 내용이 어느정도까지 진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일단 만도공조가 삼성전자에 어느정도의 로열티를 지불한 것은 사실임을 알려주는 내용이다.

또 이번 특허소송 배경이 만도공조가 실제 주인인 스위스의 UBS캐피털컨소시엄에 김치냉장고분야에 대한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만도공조가 지난번 삼성전자와의 특허분쟁에서 패소함에 따라 내부적으로 자체기술이 우수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법적대응력이 약한 중소업체들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에 문제가 되고 있는 특허내용은 LG전자와 대우전자를 비롯해 모든 김치냉장고업체들이 사용하고 있는 것임에도 만도공조가 판매량이 많은 대기업은 모두 제외한 채 중소업체들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배경이 의문시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전망=이번 특허소송의 결과는 일단 특허청의 판단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허청에서 만도공조의 특허권을 그대로 인정할 경우 법원에서도 그 결과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 만도공조가 제기한 「특허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과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공산이 크다. 이럴 경우 앞으로 국내 김치냉장고업체들은 만도공조의 의지에 따라 시장에서 퇴출되거나 상당액의 로열티를 지불해야 하는 등 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특허청이 빌텍과 태영의 주장을 받아들여 만도공조의 특허 무효를 판결, 이번 특허소송이 일회성 분쟁으로 끝날 경우 만도공조의 입장에서는 자존심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게 되지만 업계 차원에서는 보다 많은 업체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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