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위기 탈출 수익 모델 찾아라>3회- 무너진 수익 공식

「모든 길은 수익성으로 통한다.」

닷컴기업이 밀집된 테헤란밸리에 유행처럼 번지는 말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인터넷기업의 최대 과제는 페이지뷰와 회원수였다. 얼마만큼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느냐가 인터넷기업을 평가하는 우선 순위였다. 하지만 더 이상 「머릿수」만으로 승부하는 시대는 지났다. 인터넷의 사업 패러다임이 양에서 질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기업 내실경영을 위한 첫 걸음이 바로 콘텐츠 유료화다. 지난해만 해도 콘텐츠 유료화에 코웃음을 치던 기업들이 유료화에 속속 입성하고 있다. 바야흐로 「인터넷 서비스는 공짜」라는 만고불변의 진리가 깨지고 있다.

◇무너진 닷컴기업의 수익성 공식 =일반적으로 인터넷기업이 안정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3단계의 진화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자금을 투여하고 마케팅과 프로모션을 통해 커뮤니티 확보에 주력하는 진입단계, 커뮤니티가 정상화되면 고객지향적인 인터넷 비즈니스를 통해 수익창출에 주력하는 성숙단계. 이어 마케팅과 프로모션에 힘입어 브랜드 인지도가 자리를 잡고 고객 로열티를 통해 궁극적으로 상거래로 수익을 내는 수익성 창출 단계가 그것이다.

이 때문에 주요 인터넷업체는 양질의 서비스를 통해 회원을 확보해 기업가치를 높이고 이를 광고수입이나 전자상거래와 연계하면 충분히 수익을 낼 수 있다고 자신만만해 했다. 하지만 배너광고는 그 효과를 의심받고 전자상거래는 좀처럼 늘지 않으면서 이같은 공식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느는 「닷컴 전성시대」가 올 조짐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들도 눈에 보이는 매출이 성과가 없다며 보따리를 싸고 있다. 당장 매출로 이어질 수 있는 유료 서비스가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익성 있는 콘텐츠 =그렇다면 돈 되는 콘텐츠는 무엇일까. 콘텐츠 유료화에 불을 당긴 것은 교육과 성인물이다. 성인물의 경우 100% 유료사이트로 수익을 올리는가 하면 외국어 교육을 필두로 초중등교육은 물론 정보기술과 경영 등 전문교육도 유료 콘텐츠로 속속 전환하고 있다. 이어 증권과 만화·애니메이션 등 엔터테인먼트 분야도 유료몰에 속속 입성하는 상황이다. 여기에 드림라인·나우누리 등 PC통신 초고속 서비스업체가 유료 콘텐츠몰 구축에 적극 나서면서 이같은 흐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유료화에 소극적이던 야후·다음·라이코스·네이버 등 대형 포털서비스업체도 게임·교육 등 유료콘텐츠 판매와 기존 서비스 프리미엄화에 적극 나서는 상황이다. 실제로 드림라인은 자체에서 운영하는 동영상 포털사이트인 드림엑스 120개 CP몰 가운데 30군데를 유료화했으며 이를 더욱 넓혀나갈 계획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네티즌이 가치만 있으면 돈을 내고 쓰겠다고 한 점도 고무적이다. 드림라인의 한 관계자는 단순 계산해 1만원을 내는 유료회원 100만명을 확보하면 연매출이 100억원이라며 수익모델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유료화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걸림돌은 없나 =그렇다고 콘텐츠 유료화가 마냥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유료화가 진행되면 닷컴기업의 희비가 엇갈릴 수밖에 없다. 지금은 대부분 무료 서비스여서 닷컴기업의 우열을 가리기가 힘들지만 유료서비스가 정착되면 시장 수위업체와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가진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요 인터넷 컨설팅업체는 콘텐츠 유료화가 정착되면 인터넷기업의 8∼10%만이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놓고 있다. 유료서비스가 시장에서 인터넷기업의 가치를 평가하는 잣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보다도 시장경쟁이 치열한 국내 상황을 고려할 때 간판 닷컴기업이 쉽게 유료화에 나서지는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실제로 유료서비스가 「발등의 불」임에도 불구하고 전면적으로 일어나지 못하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가진 전문몰이 이를 주도하고 있다. 또 누구나 쉽게 유료 콘텐츠를 살 수 있는 결제서비스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라는 지적이다.

피씨뱅크엔닷컴 김형모 사장은 『인터넷 비즈니스는 상대적으로 진입장벽이 낮고 저렴한 투자비용으로 쉽게 진출할 수 있어 그만큼 시장경쟁이 치열하다』며 『수익모델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콘텐츠를 유료화하는 기업이 늘고 있지만 그만큼 위험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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