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회의 디지털세상 이야기>16회-기술도 꿰어야 보배

「기술도 꿰어야 보배」

앞으로 디지털 기술의 발전을 IBM 왓슨연구소는 다음과 같이 크게 다섯가지 방향으로 보고 있다.

첫째로 컴퓨터의 속도가 급속히 빨라진다

. 일찍이 무어가 말한대로 컴퓨터 칩의 속도는 1년 반마다 2배씩 빨라진다. 1997년에 세계 체스 챔피언 카스파로프를 이긴 IBM의 컴퓨터 딥블루는 초당 5억회의 연산능력을 지닌 도마뱀 지능 정도였다. 올해 안으로 딥블루보다 두배 빠른 컴퓨터가 개발되어 생쥐의 지능에 도달할 것이다. 2005년이면 단백질의 분해를 규명할 컴퓨터, 블루진이 개발될 예정인데 이 성능은 현재의 펜티엄Ⅲ 500㎒ PC 200만대를 합한 것과 같다.

2010년이 되면 이 블루진보다 10배, 즉 PC 2000만대 성능의 컴퓨터가 나올 것으로 보는데 이렇게 되면 그 처리능력이 인간에 이를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고 인간과 같은 지능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처리능력이 같을 뿐 인간이 갖고 있는 창조적 사고나 깊은 감정의 능력을 갖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저장장치나 주변기기들도 더 빨라지고 작아지지만 그 용량은 갈수록 커지고 쓰임새도 늘어날 것이다.

둘째로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된다. 컴퓨터 칩과 통신의 발달은 저렴한 비용으로 거의 모든 물건이나 기계장치에 칩을 포함시키고 이들을 서로 연결시킬 수 있게 된다. 2002년부터 인터넷 접속은 모빌폰이 PC를 능가하게 되면 PC에서보다도 모빌폰에서 더 많은 정보처리가 이루어질 것이다.

모든 가전제품이나 기타 생활용품들이 서로 연결되는 새로운 환경이 조성되면 우리의 삶과 컴퓨터 네트워크가 더 밀착되어 하나가 된다. 마우스대신 눈동자의 움직임에 따라 커서가 움직이게 되며 특수 마우스를 사용하면 잡은 손을 통해 사람의 희노애락의 감정을 알 수 있어 앞으로 교육 등 여러분야에 널리 활용될 것이다. 특히 원격교육의 경우 원격지에서 수강하는 학생이 이해를 못하고 힘들어하거나 짜증을 내는 감정이나 반응을 가르치는 사람이 쉽게 알아차릴 수 있어 강의 진행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로 인터넷 네트워크가 점점 더 지능화된다. 단순 접속 기능으로부터 정보처리를 모두 대행하는 것까지 다양한 서비스가 계속 개발되어 나올 것이다. 곧 네트워크를 통한 정보처리는 전기나 수도와 같이 누구나 쓰는 만큼 돈을 지불하는 방법으로 전환될 것으로 본다. 이렇게 네트워크 자체가 점점 지능화되고 네트워크를 통한 컴퓨팅이 확산되면 기존 산업간의 서비스 영역 구분도 애매해져 은행이 독점하던 금융업의 특성상 규제만 완화된다면 누구나 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넷째로 소프트웨어 개발도 블록쌓기처럼 쉽고 빠르게 개발될 것이다. 즉 각각의 소프트웨어를 레고 장난감의 조각처럼 만들고 이 조각들을 다양하게 조합해 필요한 업무에 쉽게 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시스템을 설계하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스템 테스트를 하는 과정이 매우 간단해져 개발시간이 빨라지고 개발비용도 크게 줄어지게 된다. 소프트웨어의 레고화가 시작되면 소프트웨어 블록을 개발, 판매하는 새로운 기업들이 탄생될 것이며 직접 만들지 않고도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사거나 빌려서 손쉽게 시스템을 개발하는 추세가 확산될 것이다.

다섯째로 최적화가 중요해진다. 즉,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기업이 생존하려면 필요한 정보만을 추리고 활용하는 최적화가 불가피하다. 온라인으로 변신된 기업은 네트워크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의 홍수에 빠진다. 실제로 대기업의 데이터베이스는 일반적으로 연평균 두배씩 커가고 있다. e커머스로부터 축적되는 엄청난 양의 고객정보와 모든 제품 또는 기계장치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들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성공의 지름길이 된다.

고객의 구매패턴을 분석해 보다 효율적인 마케팅으로 매출을 증대시키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축적된 방대한 양의 데이터베이스로부터 구매패턴이나 상관관계를 알아내는 데이터 마이닝과 같은 새로운 기법이 필요하다. 또 신제품 개발을 위한 여러가지 시뮬레이션들은 지금까지와 비교할 수 없이 큰 컴퓨팅 파워를 요구할 것이다.

위의 모든 기술이 발전해도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내몸에 맞추느냐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좌우한다. 새로운 기술은 부단한 노력과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창조된다. 하지만 아무리 획기적인 기술이라도 현재 처한 기업의 현실에 부합하지 않으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자신에게 맞는 기술을 남보다 먼저 찾아 적용할 때에 앞설 수 있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자기에게 맞는 모양으로 꿰어야 보배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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