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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학기 기말시험이 한창이던 지난 6월초 성균관대 사회과학부 4학년 김귀하씨(28)가 후배로부터 받은 휴대폰 문자메시지다. 김씨는 처음엔 누군가 잘못 메시지를
보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을 뿐, 특별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잠시후 도서관으로 찾아온 99학번 여자후배는 『오빠, 내가 보낸 문자메시지 확인했어요?』라고 물어 김씨를 놀라게 했다. 후배가 보낸 메시지를 재차 확인하고도 의미를 몰랐던 김씨는 후배의 설명을 듣고 깜짝 놀랐다.
『시험을 잘 못쳐서 기분이 우울하다는 뜻이예요.』 신세대 사이에서 「조폭」으로 통하는 문자메시지란다.
휴대전화를 통한 음성통화보다 문자메시지 전송수단을 더 많이 이용하는 신세대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꼭 급한 일이 아니면 대부분 문자메시지를 통해 연락을 주고 받아요.』 『버스나 지하철에서 습관적으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해요.』 『음성통화 이용료보다 문자메시지 이용료가 더 많이 나와요.』
n세대 대학생들이 털어놓은 말에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보편화된 새로운 문화임이 그대로 들어난다. 대학생들은 하루 평균 적게는 10개 미만에서 많게는 20∼30개씩 문자메시지를 주고 받는다고 말한다.
신세대를 중심으로 생활의 일부가 된 문자메시지는 지난 5월 대학가 축제에도 등
장했다.
「문자메시지 빨리보내기 대회」가 그것. 숙명여대 축제에 등장했던 이 대회에 참가한 n세대 대학생들은 놀라운 손놀림을 선보여 주위의 탄성을 자아냈다. n세대 대학생들에게 휴대전화는 음성통화를 위한 단순한 통신수단이라기보다는 전자우편 수신확인, 인터넷 서비스 접속 등 생활필수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이들은 휴대전화에도 자신만의 개성을 담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자신
이 원하는 벨소리 선택은 이미 얘깃거리가 되지 않는다.
숙명여대 언론정보학부 2학년 양진원씨(20)는 『요즘 여대생 사이에 십자수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휴대전화줄을 직접 만들려고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 『빨주노초파남보가 무엇을 뜻하는지 아느냐는 질문을 받고 무지개를 떠올리면 대책없는 쉰세대』라며 『이 7가지는 휴대전화 액정색깔』이라고 소개했다.
휴대폰과 함께 대학가 문화 변화를 선도한 첨병은 바로 PC방이다. 대학 입학과 동시에 남자 대학생들의 통과의례 장소였던 당구장은 PC방과 DDR·펌프라는 신종오락에 밀려 뒷전으로 물러났다.
PC방도 최근 대학가를 중심으로 차별화되고 있다. 연일 학생들로 붐비는 PC방이 있는가 하면 하루종일 한적한 PC방도 있다. n세대 대학생들에게 각광받는 PC방은 영상채팅이 가능한 곳이다.
서울대 응용화학부 2학년 이경문씨(20)는 『영상채팅을 할 수 없는 PC방은 들어갔다가 그냥 나온다』며 『PC방이 처음 소개됐을 때는 스타크래프트 열풍이 불어 주로 게임을 하러 찾곤 했는데 지금은 다른 목적때문에 PC방을 찾는다』고 말했다.
『군 제대후 복학하니까 소위 「뿅뿅뿅」하는 전자오락실은 자취를 감추고 DDR전용 오락실이 그 자리를 차지했습니다』라는 성균관대 김귀하씨는 『같은 캠퍼스에서 함께 생활하지만 n세대 대학생들과 보조를 맞추기는 숨이 차다』고 말했다.
다른 어떤 가치보다 톡톡튀는 개성을 중시하는 n세대 대학생들이 만드는 새로운 문화가 어떤 모습일지 함께 지켜보는 것은 흥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김원배기자 adolf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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