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혼수가전>가전업계 "가슴 설렌다"

이달 들어 여름철 늦더위가 한풀 꺾이면서 전자상가에는 혼수품을 구경하러 나온 소비자들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지난 1·4분기때 반짝 혼수특수를 누린 이래 지금까지 극심한 불황에 시달렸던 전자상가 상인들은 혼수용 가전제품을 쇼핑하러 나온 삼삼오오 행렬을 보며 다소 기대섞인 모습들이다. 아침 저녁으로 시원해진 기온보다도 이처럼 전자상가를 찾는 소비자의 발길이 늘고 있는 것에서 바야흐로 혼수철이 시작됐음을 느끼게 한다.

예년 같으면 추석 명절이 9월 중순 이후에 해당돼 9월초부터 본격적인 혼수시즌이 시작됐지만 올해는 2주 정도 이른 9일부터 추석연휴가 이어져 사실상 본격적인 혼수시즌은 추석연휴가 끝난 후부터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가전제품 전문상가들도 연휴기간 대부분 문을 닫을 계획이어서 연휴가 끝난 뒤부터 예비 신랑신부들의 발길이 잦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혼수용품 관련업계에서는 올 하반기에 30만쌍 이상의 커플이 결혼식을 올릴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쌍당 평균 300만원 정도의 예산을 혼수용 가전제품 구입에 할당한다고 가정하면 하반기 혼수용 가전제품 시장규모는 무려 9000억원을 넘어선다. 봄철 수요의 1.5배가 넘는다.

올해의 혼수가전 수요 특징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대형화되고 있는 것 외에 첨단·디지털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눈에 띈다. 대형화 추세를 가장 잘 반영하고 있는 제품은 역시 냉장고. 지난해까지만 해도 500L급 일반 냉장고가 많이 판매됐지만 최근 들어서는 양문여닫이형 냉장고의 판매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컬러TV와 VCR는 첨단·디지털화 경향을 엿볼 수 있는 대표적인 제품.

하이마트 용산점의 조재희 부장은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완전평면TV를 찾는 고객이 많지 않았으나 최근 들어서는 완전평면TV의 판매비율이 전체의 절반 수준까지 높아졌다』며 『TV 외에 VCR·오디오·전자레인지 등도 첨단제품을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조 부장은 또 『혼수가전을 구입하면서 김치냉장고도 함께 구입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해 김치냉장고도 혼수가전 대열에 진입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아직까지 디지털TV를 찾는 이들은 많지 않다. 지난달 31일부터 SBS를 시작으로 방송3사가 시험방송에 들어갔지만 아직 이르다는 판단 때문인지 시장에서 문의만 하고 실제로 구입하는 소비자는 많지 않은 상태다.

세탁기는 여전히 10㎏급 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다만, 지난해 인기를 끌었던 자주색·푸른색 계열보다는 은색·금색 등이 유행할 것으로 보인다. 가스레인지는 오븐기능이 달린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100만원대에서 60만원대까지 다양하게 나와 있다.

올 가을 혼수가전 시장의 핵심은 역시 「가격」. 소비자들은 조금이라도 저렴하게 구입하기 위해 전자상가를 이리저리 헤매기 일쑤다. 그도 그럴것이 구입단위가 크기 때문에 조금만 깎아도 10만원 이상 차이가 나는 탓이다.

혼수품 맞춤입찰 쇼핑몰인 이바디닷컴(http://www.ibadi.com)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혼수품 구입시 비중있게 고려하는 사항으로 응답자의 44%가 가격을 꼽았으며 35%가 품질, 15%가 디자인이라고 답해 가격을 제일 중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혼수가전의 핵심품목인 TV·VCR·세탁기·오디오·전화기 등은 지난해 9월부터 오픈프라이스제 도입으로 권장소비자가격 표시가 금지되고 유통업체로 하여금 실제 판매가격을 표기해 판매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매장에 따라 가격차가 있을 수 있다.

따라서 가격정보를 사전에 파악하고 쇼핑하는 소비자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반면 아무런 준비없이 나선 소비자는 상인들의 농간에 놀아날 우려가 있다. 지난해 오픈프라이스제 실시 이후 에누리닷컴(http://www.enuri.com)과 같은 가격비교 사이트나 예쓰월드(http://www.yess.co.kr) 같은 역경매 사이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다.

전자제품을 주로 취급하는 인터넷쇼핑몰의 등장은 전자제품 가격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부 쇼핑몰은 용산 전자상가나 전자랜드21·하이마트·테크노마트 등 전문상가보다 더 싸게 가전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인터넷의 확산으로 기존 유통업체와 신유통으로 대표되는 온라인업체와 한판 대결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올 가전유통의 대표적인 변화라면 「온라인업체들의 공세」를 들 수 있다. 아직 미미하기는 하지만 구매력이 약한 제조업체의 대리점에는 파급효과가 만만치 않게 다가오고 있다.

이처럼 가전제품 시장구조가 다변화되고 있는 가운데 가전업체를 비롯해 대형 전자제품 유통업체와 양판점 등은 올 최대의 특수를 잡기 위해 신세대 신혼부부를 겨냥한 신제품을 잇따라 내놓고 다양한 판촉·할인행사를 실시하기 시작했다.

1차로 추석 선물시장을 겨냥해 10일까지 한시적으로 판촉행사를 기획한 유통업체도 있지만 대부분 행사기간을 연장하거나 새로 시작할 계획이어서 이달 한달 동안은 혼수용품을 장만하기에 적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타사 동급 제품에 비해 경쟁력있는 가격으로 승부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기존의 고객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한 DB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다. 또한 웨딩업체와 연계해 이벤트를 실시하고 혼수 관련 가이드북을 제작, 대리점에 배포해 고객들의 자사 제품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 나갈 계획이다.

대우전자는 최근 자체 판매망을 통해 신세대 혼수고객의 구매패턴을 조사한 결과 신세대는 디지털 제품을 선호하는 것으로 드러남에 따라 디지털TV, 디지털냉장고, 디지털형 전자레인지 등으로 혼수가전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혼수시즌을 겨냥해 파워드럼세탁기 및 지펠냉장고, 다맛 김치냉장고를 특판품목으로 내걸고 각종 경품증정 행사 및 6회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한다.

양판점 업계도 일제히 혼수시즌을 겨냥한 판촉활동을 펼친다. 전국 50개 직영점을 두고 있는 전자랜드21(http://www.etland.co.kr)은 오프라인·온라인 공동으로 지난 2일부터 혼수대잔치 행사를 실시하고 있다. 9일까지 행사를 실시하는 이 회사는 특히 직영점에 혼수가전 전문 상담가를 배치해 신혼집의 크기와 사용목적에 적합한 제품을 선정해주는 한편 무료 견적서비스, 예약배달을 실시중이다.

한편 가전제품 유통업체들은 오픈프라이스제 실시후 종전의 「할인」 대신 「덤」으로 마케팅전략을 바꾸었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은 여러가지 경품이나 사은품을 받는 반면 가격을 깎기는 어렵게 됐다. 이러한 개략적인 시황을 바탕으로 이제는 예비부부들의 첫 즐거움인 혼수가전을 장만하러 떠나보자.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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