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 불황속 은행들 벤처투자 주도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위축으로 벤처업계가 자금난에 허덕이는 가운데 은행권이 활발하게 투자에 나서며 벤처투자를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은행권의 꾸준한 투자성향이 알려지면서 지난달부터 벤처기업들의 투자의뢰건수도 대폭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코스닥 침체와 장기 벤처조정으로 전문 벤처캐피털들이 투자를 극도로 자제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풍부한 우량 은행들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 꾸준히 투자를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벤처기업들도 지금 상황에서 투자를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는 곳은 은행뿐이라고 판단, 은행 문턱을 두드리고 있다.

올들어 7월 말까지 5개 업체에 41억3000만원을 투자했던 하나은행은 지난 한달에만 5개 업체에 20억3000만원을 투자했다. 하나은행은 올해 말까지 10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으나 현재로서는 이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부성 벤처투자팀장은 『심사할 사안들이 많아 토요일 오후는 물론이고 일요일까지도 일을 하고 있지만 몰려드는 투자심사 의뢰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산업은행도 지난달 투자금융1실과 2실에서 각각 4개(47억원), 1개업체(6억원)에 총 53억원을 투자했다. 산은은 이에 따라 8월 말 현재 1·2실이 각각 25개(305억원), 17개(167억원)업체에 투자, 총 42개업체에 472억원을 투자했다.

산은측은 『전반적인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위축에도 불구하고 올해 말까지 연초 책정했던 700억원은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투자금융2실을 신설하면서 은행내 부서간 경쟁으로 더욱 활발한 투자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이외에도 중소기업본부와 지점별로도 올해 말까지 800억원의 투자실적을 올리기 위해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달 3개 업체에 25억8000만원을 투자, 8월 말 현재 22개 업체에 282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말까지 연초 계획했던 5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지만 한정된 인원으로 몰려드는 투자심사를 소화하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신한은행도 꾸준한 투자를 실시, 지난달까지 14개 업체에 130억원의 자금을 투자했다. 지난달 투자는 2건(20억원)으로 평균 수준에 머물렀으나 투자의뢰는 일주일에 10건 이상씩 들어오고 있어 한달에 10여건에 불과했던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이밖에 한빛은행도 8월 말까지 7개 업체에 44억원을 투자하는 데 그쳤지만 지난달부터 투자의뢰건수가 급격히 늘어나는 등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은행권이 벤처캐피털의 투자위축으로 공백이 생긴 벤처투자시장을 메우고 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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