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경제정책조정회의를 통해 「벤처·인터넷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한 것은 한마디로 정보기술(IT)기반의 벤처산업이 그동안 IMF경제위기 극복의 견인차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디지털경제시대를 주도할 핵심 동력임에도 침체국면을 지속하고 있는 것에 대해 긴급 처방전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는 또 코스닥시장의 장기조정으로 벤처투자자들의 신뢰가 흔들리면서 「닷컴기업」을 중심으로 벤처위기론마저 불거져 나와 범정부차원에서 벤처산업의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평가를 바탕으로 벤처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뒷받침할 필요성이 높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정부는 특히 벤처조정 극복의 핵심 열쇠를 코스닥시장 활성화와 인수합병(M&A)에서 찾을 것이며 벤처거품론의 주역인 인터넷을 디지털경제시대의 핵심업종으로 앞으로 이를 더욱 활성화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번 벤처활성화대책 타이틀속에 「인터넷」이란 용어를 명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벤처업계의 반응 =벤처업계는 일단 이번 정부대책이 벤처조정의 현안인 코스닥 및 M&A 활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분위기가 반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장기조정의 근본원인인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한 정부의 대응방안이 분명하게 제시되지 못한데다 이번 대책안의 상당수가 실행상의 크고 작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엔 다소 못미친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우선 유무상증자 제한, 대기업 등록억제 등 코스닥 수급불균형 문제에 대한 처방이 임시방편에 불과하고 M&A활성화안 역시 핵심 현안인 스와프(주식맞교환)에 대한 조치없이 단순히 세제지원에 그쳐 「약발」이 약할 것으로 벤처업계는 보고 있다. 민관 매칭펀드 역시 금융시장 불안으로 민간부문의 출자가 지극히 소극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 목표를 맞출지도 의문이다.
벤처캐피털업계도 벤처투자 재활성화의 관건으로 그동안 업계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등록전 유무상증자 제한 완화문제가 거론되지 않은데다 오히려 코스닥시장 안정차원에서 책임성만을 강조한 데 대해 불만이다. 벤처캐피털 전문가들은 『현재의 벤처조정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 비등록기업에 대한 투자를 되살릴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중요하다』며 『펀드조성도 좋지만 벤처캐피털들이 투자를 재개할 수 있는 금융시장 안정과 규제완화가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증권가의 반응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대책에 증시전문가들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이들은 정부가 코스닥침체를 초래한 원인을 분석, 이를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둔 만큼 지금 당장은 효과를 보지 못하더라도 중장기적으로는 시장의 질을 개선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번 활성화대책이 중장기적인 것으로 지금의 약장세를 반전시킬 수 있는 연기금 사용 등 단기부양책이 후속으로 마련돼야만이 중장기 활성화대책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활성화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선 증자가 올들어 코스닥시장의 수급균형을 깬 주원인이었기 때문에 정부의 유상증자 억제와 무상증자 제한조치는 공급물량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 봤다.
또 대형주의 코스닥 등록요건을 강화하고 첨단업종의 벤처에 대해서는 성장성을 등록기준으로 삼도록 한 것은 코스닥시장이 본연의 특성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창투사의 보유주식 매각제한 조치에 대해서는 벤처투자에 걸림돌로 작용, 장기적으로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제기됐다.
신한증권 김학균 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방향성을 잘 잡았다』면서 『기존의 부양책이 수요쪽에 중심이 맞춰진 반짝효과를 노리는 단기부양책이라면 이번 대책은 무게중심을 공급쪽으로 옮긴 근본적인 대책』이라고 평가했다.
한화증권 민상일 애널리스트는 『활성화대책은 이미 부분적으로 알려진 내용으로 주가에 반영됐다』면서 『단기적으로는 별다른 부양효과를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코스닥시장은 0.35포인트 오른 108.94로 마감, 투자자들의 반응이 냉담한 편이었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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