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시장 연내 CPU시장 추월 전망

D램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면서 이르면 올해안으로 CPU시장을 추월해 최대 반도체시장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CPU업체가 이끌어온 세계 반도체업계 질서는 점차 메모리업체 위주로 재편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및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올해 D램시장은 주력인 PC시장의 호조에다 대용량화의 급진전에 힘입어 지난해에 비해 50% 이상 성장할 전망이나 CPU시장은 20% 성장에도 못미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231억달러였던 D램시장은 올해 360억∼370억달러로 340억달러 안팎에 그칠 CPU시장을 제치고 최대 반도체시장을 형성할 게 확실시 된다.

◇배경과 의미=D램시장의 CPU시장 추월은 20여년 넘게 요지부동이었던 CPU시대가 이제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음을 일러주는 신호탄이다.

반도체시장 주도권이 CPU업체에서 메모리업체로 옮겨간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D램시장은 90년대 중반 한때 CPU시장에 근접했다. 그렇지만 4∼5년 주기로 되풀이되는 실리콘사이클(일명 올림픽사이클)로 D램시장은 공급과잉 사태에 직면했으며 가격하락과 함께 위축돼 더 이상 크질 못했다.

실리콘사이클은 2000년대에 어김없이 적용돼 D램시장의 황금기를 열고 있다. D램업체마다 주문이 밀리고 「없어서 못파는」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상황도 이전과 달라졌다. D램시장이 여전히 새로운 CPU에 의존하나 의존도는 예전 같지 않다. 인터넷의 보급이 늘어나 메모리의 고속 및 대용량화가 급진전하면서 CPU시장에 비해 훨씬 빠르게 D램시장이 커지고 있다.

반면 CPU시장은 인텔의 독주체제에서 AMD를 비롯한 신규 업체의 가세로 가격이 갈수록 하락하고 있다. CPU시장에는 소니와 삼성전자 등도 가세할 태세여서 가격 하락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D램시장도 2∼3년 뒤에는 공급과잉으로 위축되겠으나 CPU시장은 과거와 같은 폭발적인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D램시장의 우위는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인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는 올초만 해도 D램시장의 CPU시장 추월시점을 내년께로 잡았으나 지난 5월 전망치를 대폭 수정, 그 시점이 올해가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표참조

특히 데이터퀘스트는 D램시장이 크게 축소될 2004년에도 올해보다 많은 480억달러로 440억달러에 그칠 CPU시장을 웃돌 것으로 예상해 D램시장의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관측했다.

◇전망=시장우위가 꼭 D램업체의 시장주도권 장악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으나 일단 지배력은 높아질 게 분명하다.

이는 최근의 몇가지 징후에서도 확인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텔의 램버스D램 지원방침 철회다. 인텔은 몇달전 주요 메모리업체들을 불러모아 램버스D램의 생산을 독려했으나 면박만 당했다. 『SD램도 생산하기 바쁜데 왜 당장 시장도 없고 투자비도 많은 램버스를 만들라고 하느냐』는 항변이다.

저항이 만만치 않자 결국 인텔은 고심을 거듭하다가 차세대 메모리 표준에서 램버스를 사실상 제외하기로 결정했다. 몇년 전이라면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메모리업체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것은 그만큼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지만 삼성전자, 현대전자, NEC-히타치, 마이크론 등 상위 4∼5개사로 압축된 메모리업계 구도에도 영향이 크다.

이들 상위업체는 경쟁이 치열해졌지만 공급업체가 적어지면서 메모리 수급을 조절할 수 있게 됐다. 인텔의 요구에 대한 저항도 이같은 힘을 바탕으로 한다.

메모리업체들은 이제 CPU업체가 제어할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해졌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의 견해는 엇갈린다. D램업체가 확실히 주도권을 장악할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가 하면, 그래도 메모리에 대한 CPU의 영향력이 큰데 그렇게 되겠느냐는 주장도 있다.

그런데 CPU업체 주도권 지속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는 잦아들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2∼3년 동안 두 시장의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데다 메모리는 PC 밖에도 다양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는 반면 CPU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D램시장의 우위는 반도체산업은 물론 전자정보산업 전반에도 적잖은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우선 PC제조업체를 비롯한 세트업체들이 메모리반도체 기술의 진전에 맞춰 제품을 개발하려는 추세가 급진전할 것이다.

또 반도체 관련기술 노하우를 갖지 못한 업체는 시장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더욱이 2000년대에는 하나의 칩에 D램과 시스템IC가 혼재하는 시스템온칩(SoC) 시대가 열린다.

메모리반도체 기술을 독자적으로 보유하든지, 아니면 전략적 제휴 등을 통해서라도 관련기술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LG전자가 빅딜 1년도 채 안돼 현대전자와 전략적 제휴를 맺은 것도 이같은 상황의 대응전략으로 풀이된다.

D램시장의 CPU시장 추월은 그저 단순한 반도체 시장구도의 변화만을 뜻하는 게 아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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