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계 양협회 시대

출판업계에 정보통신부의 인가를 받은 새로운 출판협회가 등장, 그동안 출판계를 대표해 왔던 대한출판문화협회와 함께 양대 단체 시대가 열렸다.

98년 11월 단행본 출판사들의 모임으로 출발한 한국출판인회의(회장 김언호)는 최근 정보통신부로부터 사단법인 설립허가를 받고 「지식정보사회 구현을 위한 한국출판인회의」를 공식 출범시켰다.

이에따라 출판계에는 기존 문화부로부터 인가받은 대한출판문화협회(회장 나춘호)와 함께 한국출판인회의가 새롭게 들어서 2개의 협회 시대를 맞게 됐으며 벌써부터 출판계 안팎에서는 출판계의 양극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한국출판인회의가 문화관광부가 아닌 정통부 소속 사단법인으로 등록했다는 점에서 여러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문화관광부와 정보통신부는 차세대 출판문화를 선도해 나갈 전자책과 디지털콘텐츠식별자(DOI) 사업과 관련해 경쟁적으로 지원책을 마련하는 등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통부 소속의 새로운 출판단체가 만들어짐으로써 양 협회가 문화부와 정통부의 주도권 싸움에 휘말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 업계의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자책과 DOI사업은 우리 출판문화의 선진화를 위해 시급히 서둘러야 하는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문화부와 정통부의 주도권 다툼으로 도리어 진척이 더딘 상황』이라며 『이러한 가운데 출판계마저 양분될 경우 미국·일본 등의 선진국에 뒤져 국민의 정서적 양식과 관련된 출판산업이 해외업체에 주도권을 빼앗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함께 양협회간 업무가 거의 동일해 차별성이 없다는 것도 향후 사업 추진과정에서 말썽의 소지가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한국출판인회의의 관계자는 『출판인회의는 한길사·민음사·해냄 등 70년대 이후 급성장한 단행본 출판사들이 주축이 된 단체』라며 『교과서·전문서적 중심의 대한출판문화협회와는 차별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국출판인회의는 출범과 함께 출판을 고급지식정보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전자책 활성화와 출판 유통시장 현대화 등의 현안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사업계획을 밝혔으나 이는 기존 대한출판문화협회, 전자출판협회 등에서 추진하던 사업내용과 별반 다르지 않다.

또 현재 출판업체 중 약 100여개 업체가 양 단체에 중복 가입하고 있는데 양쪽으로 회비를 납부하기보다는 어느 한쪽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 회원확보를 위한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출판계의 한 관계자는 『실제로 다른 산업분야에도 문화부와 정통부로부터 설립인가를 받아 경쟁적으로 사업을 전개했던 협회들이 업계의 힘을 하나로 결집하는데 실패하고 비효율적으로 운영하는 등 문제가 발생, 최근 통합을 선언한 일도 있다』며 『서로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다면 출판계도 양분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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