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전사적자원관리(ERP) 기술의 낙후성을 보완하고 기업정보화의 초석을 마련하기 위해 97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주도 아래 추진되고 있는 「한국형 ERP 개발 프로젝트」가 완료시기를 앞두고 상용화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ETRI에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개발툴을 적용할 경우 생길지 모르는 시스템 불안정성이나 호환성 문제를 앞세워 프로젝트에 참여한 위탁업체들이 상용화에 난색을 표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은 50억원 이상의 예산이 투자된 국가 프로젝트라는 점을 감안할 때 지속적으로 시스템을 유지·보수하고 문제를 보완함으로써 상용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ETRI는 지난 97년부터 6개월에 걸쳐 한국형 ERP 프로토 타입을 제작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올 11월까지 사업 2차연도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창세시스템·한미데이타·지앤텍·몰포코리아·베스텍·산동회계법인 등 6개사가 위탁업체로 선정돼 ERP 모듈 개발에 참여하고 있으며 9월부터 현우웹플러스, 코아슨 2개사를 대상으로 ERP를 시범 적용하게 된다.
한국형 ERP와 관련한 소유권을 갖고 있는 ETRI는 시범 적용이 완료되는 대로 6개 위탁업체를 비롯, 상용화를 희망하는 기업에 기술이전료를 받고 영업권을 줄 방침이다.
이에 대해 민간기업들은 공통적으로 『구체적인 상용화 계획과 관련해서 의사결정이 이루어진 것은 없지만 심사숙고해야 할 사항』이라며 상용화가 쉽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실제로 한 업체 관계자는 『제품만 괜찮다면 굳이 마다할 이유는 없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그는 『특히 프로젝트에 참여한 위탁업체들이 자체 ERP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형 ERP 상용화에 적극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참여기업들에서 상용화와 관련해 고개를 젓는 것은 한국형 ERP가 「SEA플러스」라는 ETRI 독자 개발툴을 기반으로 개발돼 제품 호환성이나 안정성을 검증받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ETRI측은 급변하는 기업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소스코드를 보유해야 한다는 판단 아래 자체적으로 개발툴을 개발하게 됐으며 이번 ERP 프로젝트에 처음 적용하게 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ETRI의 백종명 실장은 『한국형 ERP는 기본적으로 MS의 COM과 MTS 기술을 채택했다』며 『분산 컴포넌트 기술에 기반하기 때문에 웹을 비롯한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직은 버그가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계속해서 안정화 작업을 하고 있는만큼 앞으로 충분히 보완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발에 참여한 관계자들은 『SEA플러스가 비주얼베이식과 같은 상용 4GL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구현작업이나 커스터마이징이 쉽지 않다』며 『시스템의 안정성 면에서도 다수의 접속자를 감당할 수 있을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는 부정적으로 말하고 있다.
특히 관련 업계는 시스템 보완을 비롯한 유지·보수 작업 등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며 적절한 대응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정부가 추진한 각종 프로젝트들이 용두사미식으로 끝난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안정성 작업이 화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측이 향후 이같은 견해 차이를 극복하느냐에 따라 국산 ERP의 성패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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