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와 독서

이현덕 논설실장 hdlee etnews.co.kr

피서철이다. 한증막 같은 불볕더위를 식히기 위해 산과 바다를 찾는 원색의 물결이 꼬리를 무는 계절이다. 한여름은 태풍과 폭염, 열대야, 피서객들의 행렬, 교통체증 등이 뒤범벅된 그야말로 변덕이 심한 계절이다. 피서길은 짜증나고 고통스럽긴 하다. 집밖에 나서면 고생길이다. 하지만 골치아픈 세상살이를 제쳐놓고 모처럼 가족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내며 지친 심신에 활력소를 불어넣을 수 있다. 한마디로 자신에 대한 재충전의 소중한 시간이다.

그러나 재충전의 방법은 다양하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이 다를 수 있다. 자연 속에 파묻혀 그냥 푹 쉴 수도 있다. 아니면 낚시나 등산 등 자신이 즐겨하는 레포츠에 몰입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밖에 다른 방법으로 피서를 즐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피서지나 집에서 독서삼매로 무더위를 식히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독서는 창의력과 사고력을 증진시키는, 이른바 정신적인 부를 축적하는 가장 좋은 수단이다. 따라서 지식정보화시대의 바람직한 피서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조상들도 여름철 독서를 많이 했다. 조상들은 책읽기에 가장 좋은 여가 세 가지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즉 산과 들에 눈이 하얗게 내린 겨울과 삼라만상이 모두 잠든 고요한 한밤중, 그리고 시원한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여름철이라고 했다. 조상들은 이것을 독서삼여라고 했다.

중국 송나라의 주희는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먼저 눈으로 글을 잘 보고 입으로 소리내 읽어야 하며 글 읽는 데 마음을 집중하면 글의 참뜻을 제대로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은 하루 세 시간 독서를 권장하고 자신도 이를 실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그는 하루 24시간을 3·5·7·9로 배분했다. 우선 9시간 일하고 7시간은 잠자며 5시간은 놀고 3시간은 독서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한다. 하루에 3시간씩 책을 읽어야 성공적인 인생을 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은 『아이들은 미래의 성취보다는 순간의 쾌락에 빠지기 쉽다』며 『이런 것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훈련으로 독서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요즘 미국에서는 우리의 구연동화와 유사한 형태인 책읽어 주는 공연이 인기를 끈다고 한다. TV나 연극무대에 오르는 배우들이 청중에게 책을 읽어주는 형식이다. 의외로 관객들의 반응이 좋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도서시장에도 인터넷을 통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종이없는 도서시장의 등장이다. 인터넷에 접속해 컴퓨터 화면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는 e-book이 바로 그것인데 이미 미국에서는 선을 보였다. 국내에서도 유명 소설가의 작품을 e-book 형태로 제작해 독자들에게 서비스한다는 계획이어서 조만간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러나 더 현실적인 문제는 우리가 독서를 통해 지식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식정보화시대를 살아가려면 책과의 거리는 가까울수록 좋다. 책은 세상과 통하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며 지구촌의 축소판이란 말도 있다.

강노지말(强弩之末)이란 옛말이 있다. 아무리 처음에 세게 쏜 화살도 나중에는 힘을 잃고 땅에 떨어지게 마련이라는 뜻이다. 요즘처럼 과학기술의 발전속도가 빠른 시대는 오늘의 신기술이 내일은 구기술이 되고 만다. 기술과 정보, 지식도 예외가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효용성을 잃고 만다. 따라서 우리가 시대변화에 제대로 적응하려면 수시로 현실진단과 부단한 자기혁신이 필요한 것이다. 한권의 책이 인간의 삶에 미친 영향은 대단하다.

독서는 21세기를 사는 우리한테 미래의 길잡이고 동반자다. 올 여름 한권의 책을 통해 자신의 삶을 재점검해 본다면 그 또한 유익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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