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467) 벤처기업

러시아의 마피아<7>

언덕을 넘어서 자작나무 숲을 달리면 중앙러시아의 고원지대로 이어지는 분지가 나타난다. 그곳은 모스크바 강으로 이어지는 하천이 있고 하천 건너편으로 기암절벽이 보였다. 눈이 덮인 절벽과 고원은 매우 아름다웠다. 나는 고원의 풍경에 넋을 잃고 한동안 달렸다. 앞에서 라스토푸친과 알렉세이비치가 달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이따금 뒤를 돌아보았는데 내가 따라가고 있는지 확인하는 것 같았다. 내가 뒤로 처지지 않고 일정한 거리를 두고 따라가자 그들의 속력이 점차 빨라졌다. 그렇게 달려도 내가 무난히 따라갈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들이 지금 말을 타고 가는 곳은 승마를 할 때 항상 다니는 고정 코스였다. 앞서 말 발자국이 난 것으로 보아 그들의 아내가 그곳을 지나간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속력을 내어 달리다가 겁이 덜컥 났다. 그래서 말고삐를 잡아 당겼다. 그러나 말은 제대로 제어되지 않고 더욱 세차게 달렸다. 나는 힘껏 고삐를 당겼다. 그러자 말은 껑충 뛰면서 걸음을 멈추었다. 말이 정지할 때 눈에서 미끄러졌다. 말은 넘어지지 않았지만 나는 균형을 잃고 떨어졌다. 말이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 순간 내가 마지막 들은 소리는 말울음 소리였다. 그리고 암흑이 덮쳐왔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병원이었다. 하얀 벽이 눈부셨다. 눈을 떴을 때 마지막 들었던 말울음 소리가 다시 귓전을 울렸다. 나를 들여다보는 얼굴이 보였다. 뜻밖에도 나타샤가 있었다. 그녀는 나의 손을 잡고 있다가 내가 눈을 뜨자 슬며시 놓았다.

『정신이 드십니까, 미스터 최?』

그녀는 15년 전에도 나를 항상 그렇게 불렀는데 지금도 같은 칭호를 쓰고 있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신의 별장에서 말을 탄 것으로 생각되는데 내가 왜 여기 있지요?』

『낙마하신 것입니다. 오른 팔이 부러지고 머리를 약간 다치셨습니다. 떨어질 때 말의 발굽에 팔과 머리가 부딪친 것입니다.』

그녀의 말을 듣고 내 몸을 살펴보니 오른팔에 깁스가 되어 있었다. 왼손으로 머리를 만져 보았으나 붕대는 감겨 있지 않았다.

『머리도 다쳤나요?』

『충격을 받아 정신을 잃었어요. 외상은 없지만 내상을 입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의사가 우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내가 이 병원에 얼마나 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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