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밸리에 가면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대덕 연구단지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대덕밸리」가 우리나라 첨단 벤처비즈니스의 요람으로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창투사·신기술금융사 등 벤처캐피털업계가 약속이라도 한듯 유망 벤처기업을 잡기 위해 대덕으로 대거 몰려들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가 이렇듯 대덕밸리를 찾고 있는 것은 첨단기술의 요람인 대덕밸리가 품고 있는 무한한 잠재력이 이제 서서히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멀리 서울벤처밸리에서 시작된 벤처바람이 대덕으로 옮겨지면서 이곳의 첨단 연구소 출신 고급 인력들이 갈고 닦은 실력을 바탕으로 벤처창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그저 무모하게 창업전선에 뛰어드는 것은 결코 아니다. 대덕밸리에서 창업하는 벤처기업들은 막강한 맨파워와 기술력을 겸비, 창업 초기부터 관련업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는 경우가 많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위주로 창업하는 사례가 흔한 서울벤처밸리와는 사뭇 다른 창업 양상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최근 벤처 거품론이 고조돼 「수익모델」과 「핵심기술」이 벤처기업 평가의 기본적인 잣대로 부상하면서 대덕밸리 벤처기업의 전반적인 평가는 보다 높아지고 있는 상태다. 한능벤처기술투자의 김철우 전무는 『서울벤처밸리 등 수도권의 벤처는 지난 1년간의 벤처붐 속에서 경쟁력 있는 업체 발굴이 어느정도 이뤄진 상태』라며 『그러나 대덕밸리 벤처기업들은 기본적으로 기술력을 갖고 창업하는 업체가 많아 상대적으로 더 관심이 간다』고 설명했다.
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산실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을 비롯해 한국기계연구원·한국원자력연구원·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대덕밸리에 자리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의 경우 관련 분야에서 만큼은 거의 국내에서 독보적이다. 따라서 이들 연구소 출신 벤처라면 일단 벤처비즈니스를 구성하는 양대 요소인 「사람」과 「기술」만큼은 접고 들어가는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대덕밸리에는 벤처창업 열풍이 불고 있다. 20여 창업보육센터에 입주한 기업을 중심으로 줄잡아 60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수적으로만 보면 수천개의 벤처기업이 밀집한 서울벤처밸리에 비하면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다. 그러나 질적으로는 확실한 수익모델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많다.
대덕밸리의 상황이 이렇게 급변하면서 유망 벤처기업을 발굴하기 위한 벤처캐피털업계의 움직임이 최근 눈에 띄게 빨라졌다. KTB네트워크·무한기술투자·현대기술투자·LG기술투자·한국IT벤처 등 선발업체들은 더이상 대덕밸리를 가능성 있는 미완의 대기로만 보지 않고 상당한 투자실적을 보이고 있다. 무한기술투자의 경우 다음달께 아예 대전에 지점을 설치할 계획이다. 대덕밸리 소재 벤처기업인 O사의 K 이사는 『유망기업을 헌팅하기 위해 벤처캐피털업체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대덕을 찾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의 「줄대기」도 한창이다. 특히 ETRI나 KAIST 등 인기 있는 연구기관과 손을 잡는 벤처캐피털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바이오바람이 불어닥치면서 국내 독보적인 바이오 전문 연구기관인 생명과학연구원에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미 UTC벤처 등 여러 벤처캐피털이 업무협약을 맺었거나 추진중이다.
이들 기관과 공식적인 제휴를 맺지 못한 업체들은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통해 거점을 확보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ETRI 출신 벤처캐피털리스트인 한국IT벤처투자의 강훈 상무는 『대덕지역이 아직도 다분히 폐쇄적인 경향이 짙다』며 『이에 따라 공식적인 제휴나 네트워크 구축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인적 교류를 통한 비공식적 네트워크 구축이나 모임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대덕밸리 투자를 보다 적극 추진하기 위한 벤처펀드 결성도 줄을 잇고 있다. 이미 신보창투가 충청남도·중진공 등과 공동으로 100억원짜리 펀드를 결성, 이 중 50% 이상을 대덕에 쏟아붓기로 했으며 스틱IT벤처도 정통부와 공동 조성한 「지방 벤처펀드」 중 일부를 대덕지역에 투자한다는 전략이다. 중진공은 충청남도·창투사 등과 공동으로 별도 펀드를 만들어 충남지역 본부를 통해 자금을 운용하자는 제의를 받고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벤처캐피털업계의 또 하나의 두드러진 현상은 대덕밸리 소재 벤처기업, 관련 기관, 학계 관계자 등을 두루 포함하는 네트워크 구축이다. 이곳에 보다 인간적이고 친밀하게 접근하기 위해서 인적 네트워크 구축이 가장 시급한 대안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이에 따라 KTB네트워크·삼성벤처·한국IT벤처 등 선발업체들이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을 시도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기존에 활동중인 현지 대덕밸리 벤처모임과의 전략적 연대를 모색하고 있다.
비단 벤처캐피털뿐만 아니라 일반 기업의 벤처투자팀도 대덕밸리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삼성물산 골든게이트의 경우 지난 14일 정보통신기술이전센터와 업무협정을 맺었으며 SK·현대 등 대규모 벤처투자 자산을 운용중인 대기업들도 급부상하는 대덕밸리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른바 코퍼레이트벤처캐피털이라 불리는 이들 일반기업 투자팀 관계자들은 특히 본사나 혹은 그룹차원에서의 전략적 투자확대를 위해 「대덕행」이 잦다.
대덕밸리를 겨냥한 이같은 벤처캐피털의 움직임은 앞으로도 더욱 활기를 띨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견해다. 정부출연연구기관과 민간연구소·대학·정부기관 등이 밀집한 이곳의 특성상 앞으로 벤처창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특히 법적 및 제도적으로 연구원 창업이나 겸직의 문호가 개방된데다 지난 정부출연연구기관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결코 신분보장이 안된다는 쓰라린 경험을 한 탓이다.
대덕밸리는 또 거의 완벽한 벤처집산지로서 충분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벤처투자기관을 매료시킬 만하다. 마치 실리콘밸리가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 벤처캐피털 투자를 압도하는 것과 마찬가지 현상이다. 실제로 대덕지역은 인프라면에서 연구소(기술·인력)-대학(인력양성)-산업단지(연구·개발·제조)-벤처캐피털(자금) 등 모든 요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이 점에서 대덕밸리를 따라올 만한 지역은 앞으로도 찾기 힘들다. 벤처의 요람이라는 서울벤처밸리 역시 「연구소」와 「학교」라는 두가지 핵심 요소를 갖추지 못했다. 더욱이 교통문제와 임대료문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서울벤처밸리의 아킬레스건이다.
『벤처는 근본적으로 기술과 사람이 생명입니다. 이제 그럴싸한 비즈니스플랜으로 펀딩을 해서 거금을 확보, 벤처를 운영하는 시대는 가고 있습니다. 핵심 기술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에 자금이 몰리고, 그래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첨단기술의 산실이자 고급인력이 밀집한 대덕밸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벤처캐피털로서 이곳에 관심을 갖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것입니다.』
한국의 실리콘밸리로 도약하고 있는 대덕밸리, 새로운 벤처스타 탄생을 통해 「대박」을 갈구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대덕행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 분명하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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