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네트워크 장비 품귀현상

비대칭디지털가입자회선(ADSL)을 비롯한 케이블모뎀 등 일부 품목에 한정됐던 네트워크 장비의 품귀현상이 라우터·고밀도파장분할다중화(DWDM)장비·비동기전송모드(ATM)교환기·광케이블 등 전품목으로 확대돼 최근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구축이 지연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이에 따라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은 제때에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지체되는 데 따른 손해배상을 해주고 또 사후 서비스에도 차질을 빚는 등 문제가 심각한 지경에 이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번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장비 품귀현상은 네트워크 장비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데 반해 플래시메모리 등 핵심부품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한 외국 업체들이 장비 생산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전세계 구내통신망(LAN)의 수요가 전년보다 15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니 이들 장비의 품귀현상은 일찌감치 예상된 것이나 다름없다.

특히 우리나라는 이같은 장비를 대부분 시스코나 노텔네트웍스 등 외국 업체로부터 수입해 네트워크 구축에 사용하는 것이고 보면 품귀현상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 산업구조가 허약한 우리로서는 어찌 해볼 도리가 없다고도 할 수 있겠다.

그렇지만 이번 네트워크 장비 품귀현상의 또 다른 원인은 국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의 과당경쟁이 한 몫을 했다. 한국통신을 비롯한 하나로통신 등 기간사업자와 두루넷·드림라인 등 전문업체, 모음정보 등 후발업체들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수요가 늘자 지난해부터 앞뒤 가리지 않고 전화선은 물론 광통신·케이블·위성 등 다양한 서비스를 중복적으로 선보여 왔다.

특히 이들은 대대적인 투자가 들면서도 서비스 요금을 월 3만∼4만원은 물론 일부 업체의 경우 몇 천원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서 전세계적으로 2, 3위에 들 정도로 선진구조를 갖춰나가고 있으며 국민은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에 쉽게 접근, 다양한 서비스에 대한 선택의 폭이 커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다른 선진국 어느 나라를 찾아봐도 이처럼 낮은 가격으로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뿐만 아니라 가입자를 먼저 유치하기 위해 무료로 가입시켜주는 등 경쟁이 도를 넘었다. 결국 이같은 과당경쟁이 이번의 네트워크 장비 품귀현상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국내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과잉·중복 투자가 낳을 수 있는 부작용에 대해 다시 한번 검토해 봐야 한다.

정부는 또 이와 함께 초고속 네트워크 장비업체들이 일정 기간 안에 초기 투자비를 회수함으로써 안정적인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합리적인 요금체계를 갖추고 이를 유지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업체들도 시장선점에 매달려 과당경쟁에만 열을 올리지 말고 안정적인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기반을 확충할 수 있는 기반 구축에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이같은 네트워크 장비의 품귀현상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네트워크 장비의 국산화를 서두르는 일은 두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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