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한국 IT산업과 40대 중견기업가의 과제

트라이콤 김정 사장

요즈음 신문이나 텔레비전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용어 가운데 하나가 「벤처」다. 20대에 사장으로 나서는 것은 기본이고 대학생들이 동아리 모임에서 벤처회사를 차리고 심지어 모 기관에서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벤처 아이디어 공모를 하기도 했다. 너나 할 것 없이 휩쓸리는 벤처 열기 속에 일확천금을 얻은 사람도 있겠지만 「산이 높으면 골이 깊다」는 말이 있듯이 성공신화의 그늘 아래 상대적으로 박탈감이나 위기의식을 느끼는 사람도 적지 않다.

80년대 한국은 IT산업의 불모지였고 벤치마킹할 대상은 커녕 컴퓨터 용어조차 생소했다. 그러한 때에 지금의 40, 50대 중년 기업가들은 소프트웨어와 선진기술을 들여와 지금의 IT산업이 꽃 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그런 공로가 세인들의 기억에서 쉽게 잊혀지고 오히려 시대에 뒤처지지 않고 살아 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자신을 보며 의기소침해 있는 중견 기업가도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 IT산업의 중견 기업가들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 40대 사업가의 가장 큰 강점은 경험을 통해 축적된 시장과 소비자의 흐름을 읽어낼 수 있는 감각있는 안목이다. 과거에는 경제가 규모면이나 질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는 예상 가능한 결과치 안에서 움직였다. 그러나 인터넷과 같은 다양한 채널이 발달한 오늘날의 디지털 경제는 예측불허의 측면이 증가하고 있고 이러한 때에 오랜 비즈니스 경험을 통해 단련된 통찰력은 산업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자산이다.

40대 사업가의 또 다른 강점으로는 정보의 판단능력을 들 수 있다. 오늘날 막대한 양의 정보과잉 현상은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혼돈을 가져오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를 두고 노하우(Know How)에서 노휘치(Know Which)로의 변화라고 한다. 즉 이제는 누가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라 누가 많은 정보들 중 필요한 정보를 정확히 가려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공자는 사람이 나이 40이 되면 세상의 잡다한 일들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뚜렷한 주관을 가지고 살게된다는 의미로 불혹(不惑)이라 했다. 비록 20대 벤처 사업가들이 가진 참신함과 톡톡 튀는 아이디어는 없을 지라도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하는데 40대라는 나이는 장애가 될 수 없다.

아이디어가 스스로 판단컨데 성공할 만한 일이라면 두려워하지 말고 새로 도전해보자. 그리고 혹시 현재 하는 일이 벤처와 거리가 먼 기존 산업이라고 해도 자신이 해오던 일에 더욱 최선을 다해 임하자. 벤처 기업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틈새시장을 노리는 것이라면 기존 산업도 필요한 게 있다.

40대의 약점은 변화를 거부하려는 마음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편승하는 것도 힘든 상황에 바쁜 일과에서 짬을 내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지레 겁을 먹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세계적인 석학이라고 해도 오늘날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테크놀로지의 발달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다.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 차체의 모든 부품의 동작원리를 이해해야 하는 것이 아니듯 자신이 새로운 기술을 잘 모른다고 해서 자신만이 도태한 것처럼 의기소침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디지털 경제를 지배하는 10가지 법칙」이라는 책에서 케빈 켈리는 『디지털 경제에서 영원한 성공은 없다. 언제나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기존 기업 뿐만 아니라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신생 벤처, 나아가 개개인에게도 적용돼야 하는 디지털 시대의 생존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필자가 중견 기업인들에게 말하고 싶은 것은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기존의 것들 중 바꿔야 할 것은 과감히 개선하고 신생 벤처에서 배울 것은 배우고 경험과 노하우를 살려 사회에서 우리에게 요구되는 의무를 다 하고 나아가 국가 산업발전에 이바지 하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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