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 액세스>2회-과감한 현지화

텔리비디오의 황규빈 사장, 파워컴퓨팅의 강신학 사장, 오크테크놀로지의 손영권 사장,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사장, 알카텔펀드의 김윤종 매니저, 루슨트테크놀로지스의 김종훈 사장, 와이즈넛의 윤여걸 사장. 이들의 공통점은 실리콘밸리의 높은 벽을 넘어 「벤처스타」의 반열에 오른 한국인이다. 또 한가지 특징은 처음부터 아예 현지서 창업,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케이스라는 점이다.

실리콘밸리에서 현재 나름대로의 명함을 들고 활동하는 한국계 벤처인들의 대다수는 재미교포, 이민 세대, 유학생 등 처음부터 미국에서 벤처비즈니스를 시작해 철저히 현지인력과 네트워크를 활용해 성공한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물론 국내 비즈니스를 들고 나가 성공한 케이스도 있지만 이들 역시도 철저한 현지화가 성공의 열쇠였다.

그러나 현재 실리콘밸리로 향하는 국내 대부분의 벤처기업들은 현지화와는 거리가 멀다. 우선 회사이름부터가 현지인이나 벤처캐피털들이 느끼기에는 생소한 한국식 이름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다보니 벤처비즈니스의 가장 중요한 과정인 외부자본 유치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회사 소개에 적지않은 시간을 허비하기가 일쑤다.

올해안으로 실리콘밸리 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보안솔루션업체 시그마테크의 장철웅 사장(38)은 『현지법인은 대표이사·마케팅·엔지니어 등 핵심인력들을 모두 현지인을 채용하는 방향으로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라며 『특히 가급적이면 브랜드를 현지인들의 입맛에 맞게 선정해서 진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기술개발과 회사 가치제고(Value Creation)에 절대적인 현지 고급 엔지니어를 확보하는 문제도 국내 벤처기업들이 중시해야 할 대목이다. 세계 최첨단 기술과 최고 엔지니어들이 집중되는 실리콘밸리에서는 강력한 맨파워 구성이 자금조달과 마케팅 등 비즈니스에 거의 절대적이다. 그럼에도 불구, 국내 기업들은 핵심 인력을 주로 한국에서 파견한 사람들로 구성한 실정이다.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알테온시스템의 도미닉 오 사장(CEO)은 『이곳에서는 어떤 사람이 창업을 했고 연구개발(R &D)·마케팅·재무 등 핵심 부서에 어떤 사람이 참여했느냐에 따라 기업의 평가가치가 엄청나게 달라진다』며 『한국의 벤처기업들도 실리콘밸리에서 제대로 정착하려면 무엇보다 유능한 현지 전문가를 스카우트하는 것이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비즈니스 모델의 현지화도 국내 벤처기업들이 실리콘밸리로 진출하기 위한 전략 추진에서 반드시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즉, 국내에서는 나름대로 인기있고 유망하다는 비즈니스 모델이라 하더라도 실리콘밸리에서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따라서 실리콘밸리에 맞지 않는 모델이라면 과감하게 버리고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현지 전문가들의 충고다.

전 실리콘밸리 한국소프트웨어보육센터(KSI) 소장인 박승진씨는 『이곳으로 나오는 한국 벤처기업들은 우선 영어에 능통하지 않은 등 현지화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부터 안돼 있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언어·사회·문화 등 소프트웨어적인 부분과 하드웨어적인 부분 모두에 대한 과감한 현지화가 성공의 필수요건』이라고 강조했다.

<실리콘밸리=이중배기자 j b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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