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PCS 3사의 말 바꾸기

SK텔레콤의 신세기통신 인수가 조건부 승인으로 최종 결정된 26일은 이를 취재하는 기자는 물론 이동전화 사업자도 함께 「전쟁 같은 하루」를 보냈다. 공정위 발표가 조간신문 가판 마감시간이 임박한 오후 3시께여서 시간에 쫓긴 것은 기자뿐만 아니라 입장을 표명해야 할 사업자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SK텔레콤의 공식 입장은 20여분 후 나왔지만 PCS 3사는 어쩐 일인지 입장 표명을 계속 미루고 있었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기자들은 SK텔레콤의 공식 입장을 가판용 기사로 처리할 수 있었지만 PCS 3사의 태도는 그간의 과정으로 미루어 당연히 「반발」이라는 예상기사를 달아 송고했다. 그러나 오후 6시에 발표된 PCS 3사의 입장은 이와는 정반대의 「수용」 의사를 담고 있었다. 기자들이 이미 송고한 가판용 기사를 다시 바꾸느라 법석을 떨었음은 물론이다.

문제는 언론의 「예단(?)」을 완전히 뒤엎은 PCS 3사의 말 바꾸기였다. PCS 3사는 얼마전 정보통신부가 올 연말까지 011-017의 시장점유율을 50% 미만으로 유지할 경우 이를 승인한다는 의견을 밝혔을 때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점유율 50% 이상일 경우 기업 결합을 불허해야 한다는 법조문이 명백한 판에 이는 말도 안되는 처사라며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고 26일 오전까지도 이같은 입장은 유효했다. 그런데 순식간에 돌변한 것이다.

공정위 판결이 정통부 의견과 달라진 점은 점유율 50%의 시기를 올 연말에서 내년 6월까지 6개월 연장한 것뿐이다. PCS 3사가 그토록 강조했던 점유율 50%에 대한 법적용 주장에서도 변한 것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용」 입장을 내놓은 PCS 3사는 자신들이 견지해왔던 「원칙」을 한순간에 무너뜨렸다.

이면에는 그 정도면 따낼 것은 어지간히 따낸 「실속 챙기기」에 성공해했다는 계산이 숨어 있다고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아무리 기업이 이익을 내는 집단이라도 법과 원칙을 외치다가 슬그머니 말을 바꾸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기자의 시각이 옹졸해서만일까.

<이택기자 ety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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