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인터넷으로 가야하는 99번째 이유

서진구 코인텍 대표(jkseo@kointech.co.kr)

지난해 미국에서 인터넷으로 판매된 신차 비율은 2.7%지만 구입고객의 40% 이상이 인터넷을 활용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가트너그룹에 의하면 2003년 미국의 기업간(B2B) 전자상거래는 4조달러, 기업 대 고객간(B2C) 상거래는 4000억달러의 시장을 형성하리라고 예측하고 있으며 인터넷을 통한 매출이 2005년에는 전체 시장의 50%에 육박하리라는 과격한 보고를 하는 예측기관도 있다. 래먼 브러더스의 분석에 의하면 은행의 이체수수료는 은행창구가 1.27달러, 현금입출기 27센트, 인터넷은 단 1센트면 된다고 한다. 인터넷 상에서 구매하는 고객의 평균단가는 일반 소매점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10% 정도 저렴하다고 한다.

전자상거래에서는 표준상품에 가까운 로터치(Low Touch) 상품이 주종이었지만 최근 느낌(Feel)이 중시되는 하이터치(High Touch) 상품까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대표적인 하이터치 상품 중 하나인 의상도 입어보지 않고 구입하고 있다.

벤처정신으로 충만한 온라인업체들은 인터넷 판매에 적합하지 않은 상품은 없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일반시장에서는 고객의 범위와 거래의 규모(Reach), 서비스의 풍부성(Richness)과 고객의 흥미에 잘 대응할 수 있는 친숙성(Affiliation) 등이 서로 배치되면서, 하나를 강조하면 다른 하나가 제약을 받게 되지만 인터넷에서는 상기 3개 마케팅 덕목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시장의 규모, 비용의 절감, 취급 가능한 상품의 다양화, 마케팅의 편의성 등 인터넷의 기존 시장에 대한 지대한 영향력과 우위성에도 불구하고 기존 산업이 쉽게 인터넷에 다가서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기존 판매나 유통채널과의 갈등을 염려하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인터넷을 통한 판매가 커다란 시장확대 없이 기존 시장을 잠식하고 저가격 판매로 인한 기존 채널과의 가격정책을 유지하기가 어려우며, 대리점 또는 대형 매장 등으로 국한되어 있는 물류시스템도 인터넷 판매를 다루게 되면 필수적으로 택배가 필요하게 되는 것도 경험이나 비용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존 산업은 인터넷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 산업사회에서 정보를 제공하는 자가 공급자였다면, 인터넷사회는 고객이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어 공급자를 선택하게 됨으로써, 인터넷을 통하지 않은 기존 채널을 고집하는 기업을 궁지에 몰아넣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시어스로벅이 새로운 카테고리인 창고형 대형 할인매장을 앞세운 월마트에 힘없이 무너졌던 데서 볼 수 있다.

찰스슈왑, 반스앤드노블스, 토이즈알어스 등의 경우도 그렇다.

기존 업체가 인터넷업체로 진출하는 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기본적으로 기존 채널을 보완하는 채널서포터, 특정부문만을 취급하는 카테고리 킬러, 고객 대 고객간(C2C) 중계거래를 전문으로 하는 옥션, B2B 버티컬 포털 같은 것이 접목하기가 수월하다. 인터넷으로 진출하는 기업들은 인터넷 쇼핑몰 구축에 대한 경험이 없음으로 해서 상당한 문화적인 혼동을 겪을 수도 있다. 수익을 쉽게 내지 못하기 때문에 인내가 필요하고 수익을 내기 전에 상당한 투자, 즉 고객인수비용, 구매율, 방문율, 재방문율 등의 지수를 얼마나 개선하느냐에 경영적 포커스를 맞추는 것이 합당하므로, 이 때문에 독립법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마조나이즈(Amazonize)라는 말은 기존 기업이 인터넷 기반기업에 리드당하고 있다는 시니컬한 표현이다. 현재의 상황도 그러하지만 차츰 기존 기업에 잠식당하고 있다. 메릴린치, 월마트 같은 것이 그 예다. 왜냐하면 순수 인터넷 기반기업에 비해 높은 브랜드 인지도, 안정된 수급망, 그리고 다양한 마케팅 노하우, 무엇보다 상품이나 제품의 실체를 잘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인터넷 기반기업도 현실세계에 닻을 내리기 시작했다. 최종 생존자는 온라인 오프라인을 겸비한 멀티채널 기업이라는 것이 정평이다. 기존 산업이 인터넷으로 가야 하는 99번째 이유는 바로 멀티채널 기업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기업은 현실세계보다는 인터넷으로 가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이다. 문제는 얼마나 빨리 가느냐다. 인터넷으로 가는 속도가 늦으면, 인터넷기업이 현실세계에 앵커를 내리는 것이 빠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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