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도 없고, 도메인도 없고.」
최근 사업을 시작하는 인터넷 업체들의 한결같은 소리다. 테헤란밸리의 사무실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닷컴·닷넷 등의 도메인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신생업체들은 테헤란밸리를 벗어나 새로운 곳에 둥지를 트는 추세다. 「제4의 영토」라 불리는 도메인의 경우도 마찬가지. 세계 최대의 사전인 웹스터 사전 단어의 95%가 이미 도메인으로 등록돼 있다. 따라서 이제 사업을 시작하려는 업체들은 도메인 확보에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연합형의 긴 이름을 그대로 쓰거나 선점된 도메인을 울며 겨자 먹기로 비싼 가격에 구매하는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에 아직 선점되지 않은 신도메인으로 가득한 공개형 국가 최상위 도메인(cc TLD Country Code Top Level Domain)을 웹사이트 주소로 사용하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등장해 눈길을 끌고 있다.
모머스벤처스그룹(대표 최호근·금두경)은 지난 20일 의료포털 사이트를 개설하면서 몰도바 공화국의 국가 코드인 「.md」를 사이트 주소(http://www.be.md)」로 채택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md」를 소유하고 있는 캐나다 「도메인네임 트러스트」사로부터 등록받았다.
홈페이지 제작회사인 하이디넷(대표 김대성)이 운영하는 도메인 검색사이트 「http://whois.st」 역시 사오톰앤프린시프의 국가 도메인 「.st」를 소유하고 있는 미국 회사 「더엔아이시에스티(The NIC.ST)」로부터 등록받아 사용하고 있다.
여기에 아사달한국도메인센터가 통가의 국가코드인 「.to」의 소유권을 갖고 있는 미국 토닉도메인사와 계약을 맺고 「kr.to」 분양사업에 나섰다.
이렇게 국내에서도 국가도메인을 사용하는 업체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반드시 닷컴이나 닷넷을 고집하는 것보다 국가도메인을 이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두 자리로 기억하기에도 편리하고 회사 이미지에 맞는 도메인을 잘 선택한다면 마케팅 측면에서도 큰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비닷엠디의 경우 「.md」를 메디컬의 의미로 의료 포털의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또 「.to」의 경우 방향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공개형 국가 최상위 도메인은 자신의 국가코드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한 것으로 어센션아일랜드(.ac), 아르메니아(.am), 아메리칸사모아(.as), 코코스아일랜드(.cc), 턱스앤카이코스아일랜드(.tc) 등 주로 인터넷이 미치지 않는 후진국들이 대다수를 이룬다. 이들 국가는 자국의 국가도메인을 직접 하나씩 판매하기도 하고 아예 도메인의 모든 권리를 비싼 가격으로 한 회사에 양도하기도 한다. 남태평양의 섬나라 투발루는 자국의 국가코드인 「.tv」를 미국의 인터넷 회사 아이디어랩에 5000만달러에 팔아 3년치의 국내 총생산에 해당하는 돈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공개 국가 도메인이 인지도에서는 닷컴이나 닷넷에 비해 떨어지지만 아직 선점되지 않은 도메인을 저렴한 가격에 사용할 수 있고, 잘 선택한다면 업체의 이미지를 더욱 잘 나타낼 수 있어 포화상태에 이른 도메인 시장에 하나의 대안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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