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안경을 끼고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은 온통 파랗다. 빨간 안경은 빨갛게 만든다. 실제 세상은 수많은 색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색안경 너머의 세상은 단색이다.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각 또한 색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것과 같다. 지나친 확신과 일방적인 비관이 난무한다. 인터넷 소용론과 무소용론의 틈바구니에서 대책없는 소모성 논쟁만을 거듭하고 있다.
◇인터넷 부밍업(Booming up) 그 이후=인터넷이 전자상거래와 연계되면서 벤처업체의 옥석 구분은 수익모델에 초점이 맞춰졌다. 미래의 수익구조를 바라보고 이에 대한 가치를 현재가로 정한다. 인터넷의 계산은 오프라인의 계산과 크게 다르다. 현재 100억원의 매출도 올리지 못하는 기업의 현재가치가 1조원을 넘는 아이러니도 발생하고 있다. 또 투자자들은 이러한 상황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인터넷을 미래산업의 「옥」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굴뚝산업 옹호론자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인터넷의 끝을 「오프라인으로의 회귀」로 결론짓고 있다. 인터넷은 오프라인 산업의 연계도구로 역할을 충실히 해낼 뿐 산업의 기초는 역시 오프라인에 두고 있다는 입장이다. IMF의 경제불안을 견인한 인터넷의 공로는 인정하지만 인터넷 산업으로의 편중은 경제의 왜곡을 불러올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다. 「옥」 같이 보이지만 결국 「옥」은 아니라고 단언한다.
상황이 어쨌거나 인터넷 산업 부밍업은 경기부양의 실탄으로 효용가치가 높았다. 금융실명제로 숨은 지하자금이 벤처자금으로 양성화됐다. 높은 실업률을 흡수했다. 수동적 인간을 능동적으로 탈바꿈시키게 하는 계기도 만들었다. 반면 인터넷 산업의 부밍업으로 온·오프라인 산업간 경쟁관계를 부채질했고 이로 인해 오프라인 기업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야 했다. 온라인기업으로 자본과 우수인재가 몰려 잘 나가던 오프라인 기업은 하루아침에 후진 기업으로 몰리는 수모를 겪었다.
◇옥석의 구분기준=『인터넷기업에 투자를 하는 것은 분명 모험이다. 확실한 기준도 없고 성공모델도 없다. 미래가치로 잣대를 세울 수밖에 없는 답답함도 있다. 막상 투자하고 나면 불안하다. 생각과는 다소 무관하게 일이 진행됐기 때문이다. 막연한 성공에 대한 기대가 현실적인 압박감으로 다가온다.』
한 벤처캐피털 사장의 말이다. 그의 솔직한 얘기가 오늘 인터넷의 현주소를 대변해준다. 그러나 인터넷이란 이름만으로 거액의 투자를 받던 호황의 시대는 지났다. 이젠 우후죽순격으로 탄생한 많은 인터넷 벤처기업에 대해 현미경을 들이대야 할 시기가 왔다. 한정된 자본으로 부밍업된 산업은 1차 정지과정을 거쳐 「인터넷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진행돼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벤처기업의 옥석 가리기는 벤처육성의 수순이다. 미국 벤처육성의 대가인 존 도노반 교수의 법칙에 의하면 1차 펀딩후 2차는 재투자와 포기로 구분된다. 더이상 수익모델이 없는 사업은 고이 접게 된다.
따라서 요즘 인터넷기업은 수익찾기에 혈안이다. 적자의 문제가 아니라 당장 생존의 문제다. B2B모델을 찾아 여기저기 끈대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프라인 기업과의 제휴를 감안하지 않고는 더이상 수익모델을 찾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깃대 없이 깃발이 펄럭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터넷 붐이 인 지 1년이 지난 지금 깨닫고 있다.
결국 인터넷 벤처기업은 오프라인 기업과 수평계열을 이룰 경우 「옥」이 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종속관계이거나 팔려도 그나마 낫다. 그도 저도 아닌 「단명기업」이 될 수많은 인터넷 벤처기업은 석이다. 벤처 성공확률은 아무리 높게 잡아도 5%가 채 안된다. 5%의 옥과 95%의 「석」을 현실과 오프라인의 수평적 관계로 나누어야 한다. 아직 기준이 없는 인터넷기업에 대한 「생존공식」이다.
백동훈 에이메일 사장은 『인터넷을 만능으로 보는 생각은 크게 잘못됐다』며 『오프라인에 발을 붙이고 현실에서 가능한 모델을 찾아 연계시키는 제휴모델을 빨리 찾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초기 인터넷산업이 아이디어와 자본으로 이루어졌다면 이후 2차사업은 사람과 속도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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