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 설계 도면 저작권 인정 최초 판결

시스템통합(SI) 분야 설계도면과 기술제안서의 저작권도 인정받을 수 있게 됐다.

서울지방법원 남부지원합의부(김건일 재판장)는 『광주지하철 통신설비 납품 입찰과정에서 LG산전이 삼성SDS의 설계도면 등을 도용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삼성SDS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여 LG산전이 이를 복제, 배포, 변형해 사용할 경우 20억원을 삼성SDS에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법원측은 『이번 결정이 국가사업 추진에 부담이 될지도 모르지만 삼성SDS가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입었고 LG산전은 소속직원의 형사처벌만으로 공사이익을 그대로 유지하게 돼 이러한 결정을 내리게 됐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법원 결정은 SI분야 설계도면과 기술제안서가 저작권법상 보호되는 저작물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로 특히 20억원이라는 고액의 간접강제금까지 부과함으로써 그동안 경쟁업체의 영업비밀이나 사업계획을 빼돌려 사업을 벌여왔던 업계의 관행에 쐐기를 박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판결로 LG산전은 대기업으로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받을 것은 물론 이미 계약을 체결하고 진행중인 광주지하철 사업도 중단해야 할 처지에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LG산전측은 『이번 판결은 말 그대로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에 불과해 최종결과는 좀더 기다려봐야 한다』며 『이미 계약이 체결돼 사업이 진행중인 광주지하철 공사에는 입찰 때와는 다른 새로운 설계도면을 사용하고 있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밝혔다.

또 이번 가처분 재판결과에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고 본안 소송에서 문제의 설계 도면과 제안서를 작성한 거산전자통신이 양사의 공통 협력업체라는 점을 부각시켜 삼성SDS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해나간다는 계획이다.

한편 삼성SDS는 지난해 12월 『LG산전이 자사의 핵심기술 설계도면을 도용, 광주시 지하철 1호선 통신설비 납품입찰에 응찰했다』며 LG산전법인을 상대로 영업비밀과 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지법 남부지원에 냈으며 LG산전 손기락 사장과 임직원 2명은 영업비밀 침해에 의한 저작권법 위반 및 입찰방해 혐의로 서울지검에 고소한 바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