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 디지털 경영이 소형가전 살린다

카이젤 김성렬 마케팅실장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면서 한국의 주요 전자제품 제조회사에서는 첨단정보통신 사업에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모든 신경이 디지털 사업에 쏠리다 보니 성장성이 떨어지는 소형가전 분야는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IMF 이후 98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가전3사의 이같은 소형가전 사업 정리 바람은 OEM 납품에만 전력투구하던 소형가전 업계에 「홀로서기」라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부여했다.

그러나 우리 소형가전 업계의 현재와 같은 홀로서기 노력은 단언컨대 미래가 불투명하다. 저마다 신제품 개발에 열을 올리며 내수와 수출을 병행해 매출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그 제품들을 사용하는 소비자들 중 그 제품이 어느 회사에서 만들어진 제품인지 기억하는 이들은 매우 드물다. 브랜드 인지도가 이렇게 낮은데 다음 번에 그 회사 제품을 또 구입할 가능성은 지극히 희박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가전제품에 대한 무역보호막이던 수입선다변화제도가 전면 해제되면서 백화점이나 용산 가전매장의 진열대에는 해외 유명 브랜드의 소형가전제품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업체의 국내 공급원은 사실 국내 가전업체들과 비교할 때 자금규모나 인력면에서 비교가 안된다. 그런데도 국내 시장에서의 파급속도나 시장진입 속도는 무서울 만큼 빠르다.

특히 중국산 제품들은 예전과 달리 가격과 품질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국내 업체들이 기존과 같은 구태의연한 방식을 고집하다가는 내수와 수출 모두에서 설 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생각이다.

20여년을 제품개발과 시장확대에 힘써온 국내 소형가전 업계가 진출한 지 몇 년 되지도 않은 수입가전에 밀리는 것은 무슨 이유인가. 이것은 명백히 시대에 걸맞은 디지털 경영체체로 변화하지 못한 탓이다.

소형가전 업계도 이제는 아날로그 경영체제에서 디지털 경영체제로 변화해야 한다. 디지털 경영의 핵심은 생산과 판매에 관련된 모든 영역을 분리해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다.

우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고 각 부문에 독립성을 부여해야 한다. 판매법인을 별도로 만들거나 판매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제품기획과 디자인, 부품조달과 생산, 판매 및 물류 등 모든 영역을 전문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부문별 전문기업과 손잡고 공동 전략을 취하거나 아웃소싱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디자인은 디자인 전문업체에, 광고는 광고 전문업체에, 판매는 판매 전문업체에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이같은 저비용 고효율 체제로의 전환만이 생산단가를 낮출 수 있다.

특히 한 번 고객을 영원한 고객으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 체제를 갖춰야 한다. 일단 팔고보자는 생각으로는 지속적인 고객확보를 할 수 없다. 더구나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고객들로부터 제품에 대한 의견을 수시로 피드백받지 않으면 신상품 개발을 위한 정보 역시 얻을 길이 없다. 고객으로부터 받은 생생한 정보가 생산라인에 바로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정보 경영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업계 담당자들간의 공조와 정보공유가 시급하다. 아무리 아웃소싱을 한다고 해도 그 비용을 중소업체 혼자 감당하기는 어렵다. 업체들간에 물류센터를 함께 사용한다든지 마케팅 담당자들간의 모임을 정례화하고 수입업체들에 대한 공동대응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같은 디지털 경영체제로의 전환에 우선돼야 할 것은 투명경영이다. 각 부문과 아웃소싱 업체들이 효율적으로 운영돼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고 업체들간 협조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부문간 정보교류가 원활해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투명한 정보공개가 반드시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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