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 전성기 맞은 카드류 주변기기>4회(끝)- 시장전망

자본력과 생산설비, AS체제를 갖추고 유통망을 장악할 수 있는 국산 멀티미디어카드류 주변기기 제조업체가 늘어나는 것은 대만산을 포함한 외산제품 수입업체 난립을 막아준다.

이는 가산전자와 두인전자가 국내 시장을 주도하던 94∼97년 시장상황에서 증명됐다. 주변기기 제조여건이 현재보다 훨씬 좋았는데도 이 시기에는 대만 멀티미디어카드류 공급업체의 국내 시장공략이 쉽지 않았다. 수입업체들이 가격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저급품 위주로 수입할 수밖에 없었던데다 소비자들이 국산브랜드에 신뢰감을 보이면서 대만산 제품이 발붙이기 힘들었기 때문이다.

멀티미디어카드 제조업체들의 설비증설과 인력확보는 또 수입상 발호를 저지하고 내수시장을 장악한다는 의도도 있지만 최근 급증하고 있는 PC 수출에 편승, 해외시장을 공략하는 데 더욱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미 알려졌듯이 국내 PC업체들의 생산계획은 엄청나다. 삼보컴퓨터의 연간생산량 800만대를 비롯해 삼성전자 300만대, 대우통신 300만대, LGIBM 250만대, 현대멀티캡 100만대를 모두 합쳐 올해 국내 PC생산량은 1000만대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국내 그래픽카드 제조업체들은 이러한 생산확대에 발맞춰 그래픽카드 공급량도 크게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래픽카드 업계는 내수와 수출 PC용 제품을 합쳐 최소한 500만장 이상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여기고 있다. 이 정도 수준이면 일부 업체는 세계적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 카드시장의 현실은 어떤가. 사운드카드와 그래픽카드 시장의 경우 소수 대형업체 중심으로 재편돼 일부 칩세트의 경우 수급이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또 주기판 시장 역시 사운드카드와 그래픽카드, 랜카드, 스카시 카드 등 주요 멀티미디어 카드류 주변기기들이 한 장의 주기판에 내장되는 등 저가PC 시장 확대에 따른 간소화, 통합화 추세가 빠르게 전개돼 수익성이 극도로 악화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국내 멀티미디어카드류 주변기기 업체의 생산인력과 설비증설 목적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그래픽카드와 주기판, 사운드카드 제품 시장을 장악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를 응용한 아이템 다변화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단적인 사례로 8개의 자동화실장기술(SMT)에 기반한 생산라인을 갖추고 있는 택산전자의 경우, 그래픽카드 제품 외에 장기적으로 추진할 전략 아이템이 필요하다고 판단, MP3플레이어와 LCD 모니터, 세트톱박스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등 아이템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부품 수급과 생산은 거의 비슷한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더욱 부가가치가 높은 제품을 생산함으로써 급변하는 시장변화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위해서다.

멀티미디어카드류 제조업체로는 가장 큰 규모로 설비증설을 추진하고 있는 시그마컴도 단기적으로는 그래픽카드 시장장악을 목적으로 하지만 생산설비와 연구인력을 디지털 TV수신카드나 디지털 세트톱박스,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개발과 생산에 투입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가산전자와 성호정보통신, 에바트티앤씨도 표면적으로는 그래픽과 사운드카드 시장 장악을 외치고 있지만 세트톱박스나 게임용 주기판, 디지털 TV수신카드, IMT2000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로 빠르게 진출할 전망이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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