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GI, 크레이 매각후 행보는

『차세대 누마(NUMA)아키텍처와 첨단 클러스터링 기술을 바탕으로 슈퍼컴퓨터 사업을 더욱 강화해나갈 계획입니다.』

슈퍼컴퓨터의 대명사로 불리던 크레이를 전격 매각한 SGI의 행보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김용대 SGI코리아 사장은 『벡터기술을 대체할 핵심 아키텍처로 떠오른 누마 기술에만 전력투구할 수 있게 됐다』며 슈퍼컴퓨터 사업에 강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큰돈을 투자해 인수한 크레이를 헐값에 테라컴퓨터에 넘겼는데도 SGI의 크레이 매각건에 대한 주위의 평가는 매우 긍정적이다. 크레이 매각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바닥 수준에 머물러 있던 SGI의 주가가 50% 이상 급등한 것이 그 단적이 예다.

『크레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어던짐으로써 재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업계전문가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SGI는 이번 크레이 매각으로 크레이 벡터와 CC누마로 이원화돼 있던 슈퍼컴퓨터 사업을 CC누마 중심으로 일원화할 수 있게 됐다. 지금까지는 벡터와 CC누마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분산 투자했지만 이제부터는 모든 역량을 CC누마에만 쏟아부을 수 있게 돼 CC누마 기술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셈이다.

『지금까지는 벡터형 시스템이 슈퍼컴퓨터 시장을 주도해왔지만 향후 2∼3년내 누마와 리눅스 클러스터링기술을 기반으로 한 SMP시스템이 그 자리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크레이를 인수할 당시만 해도 크레이 벡터사업이 전체 매출의 25% 이상을 차지했지만 벡터시스템 수요가 점차 줄어들면서 매각 직전에는 그 비중이 5% 수준에 불과했다는 게 SGI측의 설명이다.

이에 반해 리눅스 클러스터링 기술을 채택한 SMP기종인 오리진시스템은 세계 상위 500대 슈퍼컴퓨터 사이트에서 점차 주도적인 입지를 구축해가고 있다. 크레이에서 전수받은 멀티프로세싱 기술과 새로운 리눅스 클러스터링 기술을 접목함으로써 고객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켰기 때문이다.

SGI는 조만간 600개 이상의 CPU를 탑재할 수 있는 오리진시스템에 인텔 IA-64프로세서 기반의 첨단 리눅스 클러스터링 기술과 차세대 CC누마 아키텍처를 채택한 새로운 시스템을 발표, 슈퍼컴퓨터 분야에서의 옛 영화를 되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김 사장은 『크레이 매각으로 차세대 주력사업인 서버사업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는 여력을 마련했다』며 『앞으로 MIPS프로세서 로드맵을 확대하고 인텔 IA-64프로세서로 확장 가능한 고성능 서버를 개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더욱 강화된 서버전략을 소개했다.

SGI는 올 들어 슈퍼컴퓨터급 그래픽전용 서버인 「오닉스Ⅱ」를 비롯해 유닉스워크스테이션과 유닉스서버사업이 호조를 보임에 따라 최근 리눅스를 포팅한 NT서버와 NT워크스테이션으로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는 등 서버사업을 대폭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올해 매출이 전년보다 20% 정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던 SGI코리아가 크레이 매각을 계기로 재도약의 날개를 펼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는 시점이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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