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데미 후보작 흥행 저조

극장가에서 「흥행 보증수표」로 꼽혀온 올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작품들이 줄줄이 참패의 쓴 맛을 보고 있다. 특히 이같은 흥행 저조 현상은 미국보다 국내 극장가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 영화 관계자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해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오른 5편의 작품 중 현재 국내 개봉중인 작품은 지난 2월 26일 개봉한 「아메리칸 뷰티」와 4일 개봉한 「그린마일」 등 2편. 현재 「아메리칸 뷰티」는 26일 개봉 이후 지난 10일까지 2주동안 서울에서 18만2000명의 관객을 동원하는데 그쳤고 4일 개봉한 「그린마일」 역시 서울에서 7만2000명 동원에 머물렀다. 최근 개봉중인 외화 등과 비교하면 그다지 나쁜 성적은 아니지만 아카데미 후보작이라는 상징성만을 놓고 볼 때에는 초라하기 그지없는 흥행성적이다.

이에 따라 주말 개봉예정인 「인사이더」와 조만간 개봉예정인 「더 사이더 하우스 룰스」의 수입 영화사측은 관객동원을 위한 마케팅 전략마련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이와 관련, 영화 관계자는 『3월 극장가가 비수기인 점도 간과할 수 없지만 국내 관객수준이 외국 유명영화제의 결과에 휩쓸리는 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이라고 패인을 분석하고 『노미네이트된 작품이라는 「명예」만으로 관객을 끌어모으던 시절은 지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아메리칸 뷰티」를 배급한 제일제당측은 『3월이 최대 비수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흥행성적에 만족한다』면서도 『후보작 발표 수개월전에 개봉시기를 잡았기 때문에 날짜 변경이 사실상 불가능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린마일」을 배급한 워너브러더스측 관계자도 『3시간짜리 영화로 1일 4회밖에 상영하지 못하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했고 비수기라는 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며 흥행 실패를 시인했다.

하지만 이들 작품의 미국내 흥행성적도 저조하기는 마찬가지. 현재 미국내 박스오피스 흥행 1위인 「더 홀 나인야드」만이 3주만에 3800만달러를 벌어들였을 뿐 「아메리칸 뷰티」는 25주동안 9300만달러, 「더 사이더 하우스 룰스」는 13주동안 3700만달러만을 벌어들였을 뿐이다. 그나마 성공한 작품은 「식스센스」로 30주동안 2억8300만달러를 벌어들였는데 후보작 선정 이후 오히려 흥행성적이 떨어졌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개봉 13주만에 1억3200만달러의 흥행성적을 거두고 있는 「그린마일」도 후보작 발표시점 이후 관객들의 발길이 급격히 감소, 박스오피스 흥행 순위 20위권 밖으로 밀려났으며 「인사이더」는 금주의 경우 아예 순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계는 관객들의 영화 선택 기준이 달라졌는지 아니면 비수기 탓인지는 좀더 두고봐야 알겠지만 관객들의 영화를 보는 눈이 예전처럼 잘 포장된 상품(노미네이트)에 속지 않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한 것 같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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