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라고 예견한 사람은 한둘이 아니다. 이 말은 이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고 인정하는 21세기 황금률이 돼 버렸다.
그러나 인터넷이 왜, 어떻게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을 바꿀지는 구체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단지 기업의 경영패턴이 신속해지고 고객중심으로 움직이며 국가 및 국제 경제질서가 더욱 글로벌화할 것이라는 밑그림만 그려지고 있을 뿐이다.
ASP의 등장은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왜, 어떻게 바뀔 것인가를 구체화시켜주는 좋은 사례가 되고 있다.
△왜 바뀌는가
ASP사업이 활성화하면 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그동안 정보화의 혜택은 사실상 대기업들만이 누렸으며 중견·중소기업들은 소외지대나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정보화를 통한 경쟁력향상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일례로 국내의 경우 연간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인 중견기업수는 97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전사적자원관리(ERP) 등을 도입해 제대로 된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한 곳은 전체의 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나머지 95%의 업체들은 아직까지 주먹구구식 또는 겨우 PC로 워드프로세서나 회계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더욱이 연간 매출액 100억원 이상인 중소기업들은 8700개에 달하나 이들 중 정보화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특히 연간 매출액이 50억원 이상인 업체수는 5만개에 달하는 반면 이들의 정보화 수준은 더욱 열악하다.
이들이 정보화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비용이 너무 과중하기 때문이다. 수십억에서 수백억원에 달하는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하기가 부담스러울 뿐 아니라 공간과 인원부담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ASP사업의 등장은 비용 때문에 정보화시스템을 도입하지 못한 중견·중소업체들에 구세주가 될 수 있다. 목돈이 없어 집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전세나마 살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견·중소기업뿐 아니라 대기업들도 ASP사업의 혜택을 누릴 수 있기는 마찬가지다. 모든 정보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구축해 활용할 수도 있겠지만 속도를 중시하는 경영패턴상 몸과 발걸음을 최대한 가볍게 하려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소위 말하는 아웃소싱의 발달이다.
정보화의 혜택을 누리지 못해온 수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못지않은 정보화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산업계와 경제전체에 얼마나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는 굳이 일일이 따지지 않더라도 불보듯 훤할 일이다.
△어떻게 바뀌는가
현대자동차가 전자상거래망을 구축할 때 어떤 난관에 부딪히게 될까.
최고경영자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요즘 세상에 전자상거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 최고경영자는 없을 것이다.
문제는 전자상거래망 구축작업에서 발생한다.
자동차는 전자·기계산업의 총아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수많은 부품들의 조합체다. 현대자동차만 하더라도 만도기계와 같은 규모가 크고 주요부품을 공급받는 협력업체수가 200개에 달하고 다음 레벨의 협력사도 1000개에 이른다. 또한 이들 협력사에 원부자재를 공급해주는 납품업체수는 이보다 더 많다.
2000여개에 이를 협력업체 중 현대자동차와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는 곳은 매우 드물다. 중견업체들 중에서는 약 30%, 중소업체들은 5%만 언제든지 현대자동차와 전자상거래를 틀 수 있을 뿐이다. 나머지 업체들은 전자상거래를 하고 싶어도 당장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아 할 수가 없는 형편이다.
그러나 현대자동차가 ASP사업자들을 끌어들여 자사 협력사들과 전자상거래망을 구축한다면 손쉽고 빠르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중소·중견업체들이 ASP를 이용해 정보화와 인터넷 비즈니스에 적응하게 되면 전세계를 상대로 영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전자상거래 포털로부터, 아니면 직접 영업대상업체로부터 인터넷을 통해 다양한 제품수요 및 사양정보를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제품별뿐 아니라 업종별 버티컬포털(보털)이 최근들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대기업과 수직적·종속적으로 묶여 있는 중소·중견 부품업체들은 해방국면을 맞게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종속적 관계에서의 탈출에는 특정 대기업이나 해당지역 또는 국가, 나아가 세계시장과 경쟁해야만 하는 치열한 생존게임이라는 부수물이 따른다. 인터넷이 시공이라는 보호막이자 제약을 벗겨버리기 때문이다.
ASP의 등장은 이제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 제조 및 유통업체들도 인터넷에 적응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하게 될 것이라는 명제를 던져주고 있다.
또한 수직적·종속적 틀이 깨지고 경쟁력만 있다면 누구와도 손을 잡을 수 있으며 세계를 무대로 경쟁해야만 한다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재촉하고 있다. <유성호기자 sunghyo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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