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류영화판 인생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 B급 홍콩 에로코미디를 연상시키는 초반의 베드신부터 다분히 관객을 의식한 선정성과 섹스를 내세우지만 「색정남녀」의 주요 키워드는 영화다. 이동승 감독은 이제는 낯설지 않은 영화계의 이야기를 감독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재미있지만은 않은 영화 만들기에 대한 어려움과 애정을 표현한다. 「포르노영화 만들기」라는 소재는 에로티시즘의 포장을 교묘히 상업적으로 이용하며 상업적 주류에 끼어들지 못하는 영화 인생의 고백을 자극적으로 들려준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코믹하게 관음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하지만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너무 익숙하다 싶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두편의 영화를 만들었지만 이렇다할 평가조차 받지 못한 감독 아성. 그는 경찰인 애인 메이에게 얹혀 살며 새로운 시나리오를 쓰지만 섭외조차 들어오지 않는다. 영화감독이 직업이지만 그것이 더이상 자신의 밥벌이가 되지 못하는 이른바 「문화 건달」인 셈이다. 그러던 어느 날 프로듀서가 들고 온 제안은 포르노를 찍는 것. 아성은 그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메이의 설득과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시나리오를 포르노로 바꿔 찍기로 한다. 그러나 아성이 영화 만들기에 애정이 있을 리 없다. 동료감독들은 「굶어죽어도 그 일은 못한다」며 포르노 감독들을 「씹어대고」, 몸 하나만을 무기로 내세우는 주연 여배우 몽교는 베드신에서 신음소리 하나 제대로 내지 못하는 신출내기다. 「좀 더 야하게 찍으면서 제작기일을 맞추기 위해 대충 찍기」를 요구하는 프로듀서와의 갈등도 기왕이면 제대로 찍고 싶다는 아성의 요구와 번번이 마찰을 빚는다. 그러던 중 아성은 관객들의 외면에 비관자살한 동료 감독의 죽음을 보고 새로운 각오로 자신의 영화에 애정을 갖기 시작한다. 아성이 영화에 애정을 갖기 시작하자 몽교를 비롯한 스탭들도 새로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색정남녀」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의 주변상황에 대한 전체적인 묘사다. 돈이 되는 영화를 원하는 제작자와 좋은 영화를 만들어 평가받고 싶어하는 감독, 포르노영화를 찍는 사람들이 갖는 소외감과 열등의식, 영화를 찍으면서 느끼게 되는 감독과 여배우의 미묘한 관계에 이르기까지 인물들에 대한 묘사는 물론 소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스캔들에 이르기까지 매력적으로만 포장된 영화계의 속내를 단편적이긴 하나 비교적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예술이냐 외설이냐의 논란은 사실 이들에게 별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한편의 영화를 만들면서 아성은 영화가 감독의 예술이 아니라 훌륭한 팀워크가 만드는 결과물이라는 것을 역설한다. 장국영과 서기가 출연한 16㎜ 에로비디오를 보는 듯한 호기심을 충족시키지만 너무 늦게 출산된 영화를 보는 지루함은 어쩔 수 없다.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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