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당>반벤처 정신의 실체...중소기업청 서창수 벤처정책과장

벤처기업과 관련된 주변 여건이나 정서도 벤처기업만큼이나 빠르고, 무정형적으로 변하고 있다.

불과 몇 개월 전만해도 벤처기업들은 벤처기업 확인요건이 까다롭고, 기술이 있어도 투자자금 공급이 안되는데 정부는 뭐하느냐고 불만이었다.

그러나 지금 그 벤처기업들은 조용하다. 대신 비벤처기업 즉, 전통 중소기업들은 홀대한다고 야단이다. 소위 말하는 정보통신기업만 벤처기업으로 대접받고, 지원 예산도 지나치게 벤처기업만으로 배정되면서, 기존 중소기업들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말까지 벤처기업으로 확인 받은 업체는 4934개로 그 중에 SW, 인터넷, 문화관광, 순수 서비스 등 소위 말하는 비제조업의 비중은 33%이고, 나머지는 전통 제조업체다. 일부에서 흔히 인용되듯이 벤처기업은 대부분이 정보통신관련 업종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67%의 벤처기업이 기계·금속·섬유·화학과 관련된 기존 중소기업들이기 때문이다.

정부차원의 예산이 벤처기업으로 지나치게 편중되고 있다는 것도 다소 과장이 있다. 정부 전체의 2000년도 중소기업지원 예산은 대략 5조원이다. 그 중에서 벤처기업에만 지원되는 예산은 10%가 채 안 된다. 나머지 90% 예산은 기존 중소기업들의 경영안정, 기술개발, 창업지원자금으로 지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와 과장이 생기게 된 원인은 몇 가지로 압축된다. 물론 정부가 벤처기업의 중요성과 육성정책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현 실상을 제대로 이해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나 근본적인 원인은 「사촌의 배탈론」에 있다는 것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지난 연말부터 갑자기 돈을 많이 번 벤처기업이 탄생하면서 주위 사람들은 배탈이 난 것이다. 물론 중소기업인도 한국인 속성상 배탈은 날 수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원인을 벤처기업에서 찾는 것은 곤란하다. 성공해서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는 벤처기업은 기존 기업과 다른 점이 많다. 대다수 벤처기업은 경영자 마인드나 경영스타일, 주주 구성, 기술 잠재력에서 기존 회사와 다르다.

지금 우리는 벤처·비벤처를 따질 시간이 없다. 이 문제는 기업 생존의 문제이고, 당위성 문제다. 초기 단계의 벤처붐이 조성되었고 자생적인 벤처시장이 형성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앞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존 중소기업의 벤처기업화다.

중소기업 전체를 하루 빨리 디지털화하고 벤처기업에 점화된 불길을 일반 중소기업으로 확산해야 할 때다.

기존 중소기업의 관리·경영시스템에 지식을 부가하고 새로운 경영 스타일을 도입하는 한편 벤처기업과의 제휴를 통해 기존 기업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급선무다.

벤처기업은 어느 특정 산업이나 기업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중소기업 각자가 현재 영위하고 있는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높이고 관리의 투명성을 높여 세계적인 기업으로 커 갈 수 있는 내부역량과 정신을 구비하면 얼마든지 벤처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벤처기업은 21세기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 스타일인 동시에 하나의 새로운 정신이다.

우리 모두 배탈론을 뛰어 넘어 이 시대의 가장 큰 경제적·사회적·정신적 조류라고 할 수 있는 벤처흐름에 동참해 21세기의 승리자가 되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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