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사막"에도 휴대폰 울린다.. 풍속도 바뀌는 오늘의 "지구촌"

　국내에서 휴대폰 가입자가 최근 2000만명을 넘어서는 등 대중화되면서 우리들의 일상생활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많은 직장인들은 이제 휴대폰이 없으면 업무에 큰 불편을 겪는다고 하소연하고 있으며, 심지어 초등학교 어린애들까지 등교할 때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상황도 자주 벌어지고 있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휴대폰의 영향은 지구촌 구석구석까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먼저 우리와 가까운 일본의 10대들은 요즈음 휴대폰으로 얼굴도 모르는 「가상의 친구」와 대화하는 것을 즐긴다.

　얼굴을 모르기 때문에 자기 생각을 더욱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가상의 친구를 「오프 라인」에서는 절대로 만나지 않는다는 것.

　또 일본의 직장인들은 최근 NTT도코모가 개발한 「i모드」라는 휴대폰으로 인터넷 음악 사이트에서 「가라오케」를 감상하는 한편 NHK와 전파신문 등 언론사 사이트에서 최신 뉴스를 검색하기도 한다.

　현재 이 회사 휴대폰으로 검색할 수 있는 콘텐츠 종류만도 1000여개를 헤아린다.

　그러나 휴대폰 보급률에서는 넓은 국토에, 인구는 적은 핀란드를 따라갈 곳이 없다.

　1인당 GNP가 세계 최고 수준인 핀란드 사람들 중에는 시골에 별장을 갖고 있는 경우도 많고 이들이 휴가를 갈 때 제일 먼저 챙기는 것이 바로 휴대폰이라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휴대폰 보급률이 무려 70%에 달한다.

　핀란드 사람들은 또 일찍부터 휴대폰으로 펩시콜라를 주문해 먹었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외출할 때에도 휴대폰으로 집안에 있는 보일러, 전등, 경보장치 등을 작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일상 생활에 응용하고 있다.

　그렇다고 휴대폰의 인기가 선진국 사람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휴대폰은 오히려 후진국에서 더 절실한 문명의 이기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국민 275명에 일반전화가 고작 한 대밖에 보급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흔히 「전화 사막」이라고 분류하는 국가.

　휴대폰의 열기는 최근 이곳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휴대폰을 빌려주는 「폰 레이디들」이 이 마을 저 마을을 돌아다니며 바깥 세계 사람들과 연결시켜 주고 있는데, 꽤 비싼 요금을 받는데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농산물을 출하하기 전에 런던 등지의 가격을 미리 확인해볼 수 있는 휴대폰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며 고마워한다는 설명이다.

　또 최근에 상용화 된 위성 휴대폰인 「이리듐」은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의 현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리듐사는 올해 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공습이 계속되고 있는 유고의 코소보 지역에서 활동중인 언론사와 적십자 등 의료봉사 단체에 20여대의 이리듐 단말기를 지원했다.

　특히 언론인과 봉사요원들에게 제공된 이리듐 단말기는 코소보를 탈출하는 과정에서 가족과 헤어진 난민들의 긴급 통신수단으로 뛰어난 활약을 보였다.

　마케도니아 난민촌에서 가장 긴 대기 행렬은 음식과 담요를 타려는 줄이 아니라 이리듐 단말기로 가족의 생사여부를 확인하려는 행렬이라고 미국 ABC방송이 전했을 정도.

　이리듐은 66개 위성을 이용해 극지와 사막 등 세계 어디서나 하나의 단말기와 전화번호로 통화할 수 있는 위성휴대통신(GMPCS) 서비스로 국내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SK텔레콤이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 현재 3만명 정도가 가입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