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과 함께 반도체 재료로 많이 사용되는 갈륨비소 박막에 인듐비소를 포개놓을 때 발생하는 양자를 이용한 레이저 기술의 개발이 최근 전세계적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의 조기 상용화 가능성에 대한 주장들이 잇따르고 있어 주목된다.
최근 미국 플라이마우스 주립대에서 열린 양자 레이저 관련 분야 연구성과를 한데 모아 발표하는 학술 세미나 「고든 회의」에서는 일본 NEC 광전자 연구소의 니시 켄이치 박사가 발표한 「박막 결정 성장 메커니즘(Thin Film and Crystal Growth Mechanism)」이라는 논문이 단연 주목받았다. 이 논문의 핵심내용은 수백 옹스트롬(Å: 1Å은 1000만 분의 1㎜로 대체로 수소원자 1개의 크기)에 불과한 양자를 레이저 다이오드에 삽입하는 데 성공했으며, 또 앞으로 이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면 5년 안에 100℃의 고온에서도 작동하는 양자 레이저를 상용화할 수 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양자 레이저는 고온에서 작동하는 것 외에도 기존 제품에 비해 전력소모가 적은데다가 파장도 짧은 등 레이저 광선의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니시 박사는 또 『양자 관련 기술은 앞으로 레이저 외에도 광 증폭기·검파기·스위치 등의 성능향상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세미나에서는 또 니시 박사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문이 다수 소개된 것도 큰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이들 중에 양자들이 극히 미세한 공간에서도 서로 강력하게 반발하며 모양도 바뀐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관찰한 실험내용을 소개한 제리 플로로 박사(미국 브라운대)의 논문 「양자 점의 형성(Formation of Quantum Dots)」이 큰 관심을 끌었다.
이 논문에 따르면 박막의 집적도가 높아질수록 양자들의 반발계수도 높아져, 양자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는 것은 물론 크기도 비슷해지고 궁극적으로는 똑같은 모양을 띠게 된다. 논문은 또 양자 점들의 밀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하나의 양자 점이 옆에 있는 것을 흡수하기도 하고, 2, 3개의 양자 점이 하나로 합쳐져 「양자 섬(Island)」을 만들기도 하는데, 그 크기가 1000Å을 넘는 것도 관찰됐다고 소개했다.
플로로 박사 팀은 또 양자 섬의 원자 움직임을 고성능 원자 현미경으로 촬영하는 개가를 올렸다. 일단 입자의 크기가 1000Å 정도만 되면 고성능 현미경으로 원자구조를 촬영하는 것은 별로 어려운 과제가 아니다. 또 입자의 구조가 양자 섬과 유사한 양자의 구조를 밝히는 것도 이제 시간문제라는 설명이다.
과학자들은 이 실험이 앞으로 양자의 성질을 이해하는 것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기초과학의 지평을 넓히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며 벌써부터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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