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선의에서 시작한 일이라도 나쁜 결과를 가져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구를 칭찬하려고 한 말이 도리어 상처를 주는 결과를 낳기도 하고 루머를 해명한다고 한 말이 결과적으로 소문을 널리 퍼뜨리는 사태로 번질 수 있다.
정책이나 제도인 경우에는 사정이 더욱 복잡해진다. 소속해 있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의 이익에 부합한 행동을 추구하다 보니 수학공식처럼 딱 떨어지는 해답을 찾기 힘들다.
최근 가전업계에서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가전제품의 특소세 폐지」와 「오픈 프라이스제 시행」도 좋은 의도와 결과 사이의 괴리를 잘 보여주는 예다. 두 제도 모두 가전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까지 오랫동안 시행을 촉구해온 것이었다. 그래서 이 제도의 시행방침이 밝혀지자 대부분 환영의 뜻을 표시했다.
가전제품의 특소세 폐지방침에 대해 가전업계와 상가에서는 『가전제품의 수요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이라며 기대감을 보였고 소비자들도 기뻐했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에 대해서도 소비자단체들은 『그동안 제조업체가 시장가격을 통제함에 따라 빚어졌던 가격담합 등의 문제점이 원천적으로 봉쇄될 것』이라며 환영했다.
그러나 시행발표후 수개월이 지난 지금 두 제도는 별 효과 없이 업계에 짐만 지우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한 느낌이다. 특별소비세 폐지는 최근 약간 시기가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시행방침이 너무 일찍 알려져 오랫동안 상가의 불황을 조장했고 결국 가전업체들은 극심한 대기수요를 견디지 못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가격인하를 단행해야 했다.
오픈 프라이스 제도 역시 시행 초기임을 감안하더라도 정착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어보인다. 소비자들은 가격을 비교할 기준이 없다고 불평하고 상가나 제조업체들도 마케팅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한다.
물론 장기적으로 본다면 두 제도 모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임에 틀림없다. 단순히 시행초기에 빚어지는 「과도기적 부작용」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정말 책임있는 정책 담당자라면 이번 일에서 아무리 의도가 좋은 정책이나 제도라도 시행시기와 방법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배워야 할 것이다.
장윤옥기자 yoj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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