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만산 저가PC와 인터넷 PC사업

 대만산 PC가 최근 정부의 초저가PC 공급정책인 「인터넷 PC사업」에 편승, 국내에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PC시장 기반을 크게 잠식할 전망인데도 국내 PC업계나 당국에서 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이나 대책 마련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더욱이 일부 국내 PC업체들은 지금까지 여러 외국 PC업체들의 국내시장 진출시도가 있었지만 성공사례가 없다며 느긋해 하는 모습인데, 이는 너무나 무사안일한 태도가 아닌지 의아해 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외국 PC업체들의 국내시장 진입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닌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80년대 후반 국내 PC시장이 본격 형성되면서 외국 주요 PC제조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이 추진됐으나 10년이 넘는 현재까지 이들 외국 PC업체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5%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국내 PC시장의 유통망이 복잡하고 AS체계가 특이한 것을 비롯해 국내 PC시장 구조의 특수성 때문에 외국 PC업체들의 국내시장 진출이 결코 쉽지 않은 것으로 판단된다. 국내 PC시장 구조가 이처럼 특이한 것은 아마 국내 PC산업이 가전 개념의 마케팅 전략을 본떠 출발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현재 국내 PC유통망은 전국 수백개나 산재해 있는 직영 대리점을 바탕으로 유지되고 있다. 또 주요 PC제조업체들은 가전 개념처럼 전국에 포진한 AS센터와 AS지정점을 갖고 있다. 따라서 해외 주요 PC제조업체들은 협소한 국내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이같은 유통망과 AS체계를 갖추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현재 외국 PC업체들의 국내 진출은 AS비중이 낮은 노트북PC분야에 국한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만 PC업계의 경우, 모니터를 포함한 주변기기와 부품산업이 잘 발달돼 있는 데다 저가 생산을 기반으로 해외시장 공략에 유리한 점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여타 외국 PC제조업체와 마찬가지로 국내시장 진출이 그동안 거의 불가능했던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컴팩컴퓨터·HP 등 미국의 세계적인 PC공급업체들도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국내 PC시장 공략을 본격화했으나 사실상 실패로 판정났으며 이후 사업강화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HP의 경우만 하더라도 90년대 중반 데스크톱PC를 국내 가정용 시장에 선보였으나 제품판매를 중단하고 기업용 시장에만 주력해 왔다. 특히 싱가포르의 IPC사는 지난 90년대 중반 유통망과 AS체계를 갖추고 국내 직접진출을 시도했으나 수년 전에 실패해 완전 철수하기도 했다.

 또 국내 PC업체들이 해외 수출시장 개척을 위해 막대한 규모의 대량생산체제를 갖추면서 이에 따른 원가절감을 실현, 이제는 대만의 저가PC에 비해 품질은 물론 가격 면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큰 요인으로 보인다.

 그러나 최근 WTO체제 구축이 강화돼 무역장벽이 점차 제거되면서 외국 대형 PC업체들과 국내 업체들과의 한판승부가 불가피해지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의 초저가 인터넷PC사업은 국민에게 저렴한 PC를 공급해 정보화를 앞당긴다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만의 국내진출을 도와주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것이다.

 특히 정부가 우체국을 통한 인터넷PC 판매제를 도입함으로써 그동안 유통망 구축에 어려움을 느껴온 대만 PC업체들의 고민을 일부 해소해준 셈이 됐다. 또 인터넷PC라는 공인마크를 제공함으로써 대만 PC가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해 무임승차하는 효과를 발휘, AS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이에 편승해 이미 많은 국내 유통업체들이 대만 PC제조업체들과 제품조달 계약을 체결, 대만산 PC의 도입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 정부의 인터넷PC사업이 자칫 대만업체들의 국내 PC시장 공략 교두보로 활용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대만산 PC가 일단 국내 상륙에 성공할 경우 시장잠식은 시간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좋은 취지로 출발한 인터넷PC 보급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지 않도록 PC업계는 물론 정부의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아쉬운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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