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김&장 백만기 변리사

 특허청 국장에서 로펌의 변리사로 변신한 미스터 반도체. 김&장의 백만기 변리사(45)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는 산자부와 특허청, 청와대를 오가며 굵직한 프로젝트를 지휘, 엔지니어링 백그라운드와 경영학 마인드를 겸비한 1급 기술관료라는 평을 들었다. 미스터 반도체는 92, 93년 한미 반도체 덤핑 협상을 성공리에 마무리하면서 얻은 별명이다. 그런 그가 갑자기 사표를 던지고 김&장의 변리사로 새로운 출발을 선언했을 때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없지 않았다.

 『21년 4개월 동안 공무원생활을 했습니다. 공직은 신성한 것인데 어떻게 이제와서 그만둘 수 있느냐고 묻더군요. 하지만 저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전문지식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면 자리를 옮기는 편이 오히려 사회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방향이 아니겠습니까.』

 백 변리사는 WTO체제 출범 이후 정부가 경제의 중심에 서는 시대는 지났다고 말한다. 이제 정부는 경기의 주자가 아니라 심판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것. 민간 쪽에 할 일이 많아진 만큼 시장에 뛰어들어 평가를 받고 성취감도 느껴보고 싶었다.

 『공무원일 때나 여기 김&장에서나 제 관심사는 한 가지입니다. 우리나라가 고부가가치형 지식산업구조를 실현하는 것이죠. 김&장에서 국내 벤처기업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자문, 경영전략 수립,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적 제휴와 M&A 등을 컨설팅할 계획입니다.』

 변리사로서 또 하이테크 컨설턴트로서 그는 국내 기업이 세계 일류기업으로 가는 길에 좋은 파트너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특히 벤처업체들이 3C, 즉 콘셉트(Concept), 역량(Competence),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을 갖출 수 있도록 종합적인 컨설팅을 맡을 생각이다.

 그는 21년 만의 새로운 출발이 두렵지 않다. 스스로를 N세대와도 말이 통하는 기성세대라고 부를 만큼 유연하고 개방적인 사고를 가졌기 때문이다. 고2 딸, 중2 아들과 함께 노래방에 가서 신곡을 부르기도 하고 대전에서 9개월간 근무할 때는 아들과 매일 E메일을 주고받을 만큼 그는 세대차에서 자유롭다.

 『언젠가 아들이 와서 파워포인트를 쓸 줄 아느냐고 묻더군요. 숙제를 해야 한다는 겁니다. 보고서만 받아봤지 직접 해본 일이 없어 난감했습니다. 그런데 아들 녀석이 혼자 6시간 동안을 끙끙대더니 아주 멋진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만들어내더군요. 매뉴얼도 없이 말입니다. 네트워크세대의 저력이 바로 이거다 싶었습니다. 전 스타크래프트 마니아는 아니지만 최소한 N세대들의 감수성을 이해하고 존중합니다. 중견기업은 물론 벤처업체의 신세대 사장들과도 얼마든지 대화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는 주변에서 덕장 스타일이라는 소리를 듣는다. 급하게 움직이지도 않고 때를 기다리는 자세로 기회가 주어지면 최선을 다한다. 어떤 일이 있어도 인간관계를 손상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그의 인생철학이다.

 백 변리사는 「똑똑하면서 게으른 지도자가 가장 훌륭하다」는 말에 공감한다. 어리석으면서 부지런한 지도자가 제일 나쁘지만 똑똑하면서 부지런해도 문제다. 부하직원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는 똑똑하면서 게을러 후배들을 잘 키워낼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다.

 『제1 바이올린 주자가 마음에 안든다고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바이올린을 대신 켤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21세기형 리더라면 지휘봉 끝으로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죠. 「앞으로 돌격」형이 통하는 시대는 지났으니까요.』

 제1의 인생이 규격화한 삶이었다면 컨설턴트로서 시작할 두번째 인생에서는 좀더 자유롭고 개방적인 분위기에서 마음껏 창조성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자신한다.

<이선기기자 sk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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