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궁화 3호와 헛도는 방송법

 최대 168개의 방송채널과 초고속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가능한 무궁화 3호 위성의 발사가 성공한 것은 국내 방송통신산업이 이제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술적으로는 국내 우주산업의 현주소를 전세계에 알릴 수 있는 계기가 됐고, 인터넷에 이어 주요 선진국의 각축장이 되고 있는 위성분야에 대한 한국의 통신 주권을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특히 이번 무궁화 3호 위성 발사를 통해 국내 위성제작기술의 진일보가 이루어진 것은 주목할 만한 사건이다. 총사업비 2억1600만 달러를 투입해 4년에 걸쳐 추진된 이번 사업에는 한국통신·현대전자 등 5개 국내 기업 및 연구소의 기술인력이 현지 제작사 직원과 함께 위성체 설계·제작·시험 등 전과정에 공동작업 형태로 참여, 기술이전을 도모했고, 1600만 달러 규모의 위성체 제작 하도급에도 참여해 국내 우주항공기술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

 또한 현재 상용화 추세인 고주파대역(20/30㎓)의 새로운 주파수 자원을 통한 신규 서비스의 개발·보급이 용이하게 됐으며, 위성통신 시장 확대에 따른 중계기 수요를 적기에 충족할 수 있게 된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수확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그간 정보사회의 이면으로 우려를 자아냈던 정보격차를 해소하는 데 이번 무궁화 3호 위성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 또한 크다. 무궁화 3호 위성은 위성멀티미디어 서비스의 제공은 물론 서비스 제공지역을 동남아지역까지 확대할 수 있다.

 국내 최초로 자체 개발한 위성멀티미디어 서비스를 각급 우체국·학교 등 공공기관에 보급할 수 있는 기반도 갖추어 21세기 정보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이계철 한국통신 사장은 『무궁화위성 3호가 위성멀티미디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경우 그간 정보화에서 소외됐던 농촌이나 산간오지에서도 간단한 가입자 수신장비와 저렴한 이용요금으로 위성을 통한 고속·고품질의 통신을 할 수 있게 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위성멀티미디어 서비스는 지상·위성 복합망으로 구성, 기존 지상망만을 이용한 인터넷서비스의 최대 단점인 속도의 한계를 개선하게 되며 위성방송, 다지점 데이터전송 및 다지점 비디오·오디오서비스를 저렴한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서비스는 또한 하나의 스크린에 인터넷과 비디오·오디오 등 여러 화면을 동시에 띄워 고속인터넷·원격교육·가상병원·사이버대학·홈쇼핑·네트워크게임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성공적인 위성 발사와는 달리 정작 이를 운용할 법·제도적 규정이 없다는 우리 현실은 참담함 그 자체다. 아무리 최첨단 위성을 우리 힘으로 개발, 쏘아올렸다 하더라도 그 위성이 제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면 우주에 떠 있는 한낱 값비싼 고철에 불과하다.

 무궁화 3호 위성이 제값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통합방송법이 하루빨리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아직도 통합방송법은 낮잠을 자고 있다. 통합방송법이 각계의 이해가 엇갈려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면 별 문제겠지만 이미 정부와 방송계·여론까지 이를 수용했는 데도 불구하고 무려 5년간이나 제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특히 통합방송법 처리 지연이 정치권의 자리다툼, 세 싸움 탓이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도대체 우리 국회는 무엇하는 곳인가 하는 한심한 생각이 앞선다.

 정부와 기업은 21세기 정보사회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잠을 설치고 있는데 국회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오죽하면 통합방송법 가운데 위성분야만이라도 떼어내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겠는가.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국회는 말로만 민생국회를 떠들 게 아니라 통합방송법을 올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 위성을 고철로 만드는 나라는 지구상에 우리밖에 없다. 북한이 이미 한국 전역을 대상으로 위성방송을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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