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벤처기업 (204)

 나는 세수를 하고 방안에 누웠다. 사표를 쓰고 퇴근한 날, 물론 회사 동료와 술을 마시기는 했지만 그 심경은 아주 착잡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잠을 자려고 청했지만 잠이 올 리가 없었다. 생활에 대한 불안감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 저편에 어떤 기쁨 같은 것이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즐거움이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듯이 나는 새로운 것을 해내고 말 것이라는 결심을 하면서 불안해하는 자신을 다독거렸다. 그때 나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금이었다. 처음에 아르바이트하는 심정으로 일을 시작하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돈은 있어야 했다. 처음에는 가게를 얻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컴퓨터가 있는 나의 하숙방이 곧 사무실이고 연구실이 되어도 만족했다.

 당시 내가 알고 있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지역의 벤처기업에는 벤처캐피털(Venture Capital)과 에인절캐피털(Angel Capital)이라는 벤처창업자금을 지원하는 제도가 있었다. 벤처캐피털은 은행에서 벤처자금을 지원하는 제도이고, 에인절캐피털은 개인 자본가들이 벤처 창업에 투자하는 것이었다. 벤처 창업을 지원하는 개인을 천사라고 한 것이 이해되었다. 지금 나에게 자본금을 지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나 역시 그를 천사라고 불러도 아깝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뜻밖에도 나의 천사는 아주 가까운 곳에서, 전혀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나왔다. 그 다음날 나는 밖으로 나가지 않고 하루종일 방안에 있었다. 저녁을 먹고도 방안에 누워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공허한 생각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 다가온 미래에 대한 설계를 했다. 내가 먼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메모하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뽑아보았다. 개발하려고 했던 것을 정리하고, 그 일에 소모되는 시간을 예측해 보았다.

 그러고 있는데 목포의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걸려온 것이다.

 『어젯밤 꿈자리가 하도 이상해서 너에게 전화를 했더니… 회사를 그만 두었다고 하더라. 대관절 어떻게 된 것이냐?』

 꿈이 이상해서 아들에게 전화를 했다는 어머니의 말을 듣고 나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어머니의 모든 신경-신경이라기보다 영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은 나에게 집중되어 있었다. 아들에게 큰 변화가 생기면 어머니는 먼저 감지했다. 그 예감은 거의 신비스러울 정도였다. 나는 어머니가 불안해 할까 봐 비교적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원하던 일을 하려고 회사를 그만두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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