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가 21세기를 향한 첨단 레이스를 펼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선진국들은 저마다 21세기 희망을 현실화하기 위한 대대적인 신기술 작전을 전개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20세기에 중위권을 오르내리던 우리 정부와 기업들은 21세기에는 상위권으로 도약하기 위한 변신작업에 여념이 없다.
정부가 세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기 위한 「21세기 전자산업 재도약 방안」을 수립하려는 것도 2000년대 우리나라의 위상이 결국 전자, 특히 첨단산업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산자부가 이번에 추진하는 「전자산업 재도약 방안」에 포함될 전자산업 지식기반 강화, 전자산업 구조조정방안, 전자부품산업의 발전방안, 전자산업의 세계화 전략, 전자산업의 유통 및 마케팅 체제 강화 등의 내용은 결국 기술·자금·시장의 역학관계를 국가기술혁신체제로 어떻게 통합·지원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 안에서 특히 눈에 띄는 것은 국가혁신체제에 대한 산자부 측의 설명이다. 정부·대학·출연연·금융기관 등 기업을 제외한 모든 혁신주체가 해당 국가에 속한 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전자산업의 국가혁신체제 구축은 시장실패 시스템을 보정하며, 생산요소의 양적 확대에서 질적 향상으로 정책을 전환해가는 게 곧 국가혁신체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산자부가 앞으로 마련할 전자산업 재도약 방안의 핵심이 될 「국가혁신모델」은 실행 여부를 떠나 경제·산업의 패러다임 이동에 따른 대응체제를 감안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설득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모델이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우리나라의 21세기 위상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인은 뭐니뭐니해도 국가기술혁신체제를 어떻게 정비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전자산업이 21세기에도 국제경쟁력을 갖춘 핵심 선도산업의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기술혁신시스템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 판단이다. 21세기 전자산업 재도약은 혁신주체들의 굳건한 응집과 효율적인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부정책의 방향으로 혁신주체간 연계를 강화하고 출연연의 교육기능과 대학의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등 연구·교육의 병행을 통한 지식확산을 촉진하지 않고는 전자산업의 미래는 결코 보장되지 않는다. 따라서 기술·자금·시장을 혁신시키는 메커니즘을 국제경쟁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 할 수 있는 기술혁신체제에서 찾아야 한다. 이번 청사진에서도 첫 단추를 잘못 꿰는 우를 또다시 범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없다.
이같은 기술혁신체제는 대개 새로운 기술이나 노하우가 출현해 사회와 문화가 교란되는 대전환기에 도입하는 게 특히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따라서 전자산업의 재도약은 곧 한국의 약점인 기술혁신주체들이 역할을 어떻게 극대화하느냐의 문제로 압축되고 있다.
잘 알려진대로 우리나라 기업들은 대부분 최종재 생산을 위주로 하고 있고, 따라서 최종재 생산을 위해 많은 양의 자본재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저부가가치성 생산구조를 안고 있다. 전자산업의 뿌리를 튼실하게 하기 위한 연계시스템이 빈약하다는 반증이다.
우리나라 첨단산업이 독자적인 역동성을 갖기 위해서는 기초연구시스템과 금융시스템의 백업이 한층 원활해져야 한다. 대학이나 다른 연구기관들이 창의성의 최종적인 공급자라면 금융시스템은 창의성의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기술발전의 관점에서 보다 좋은 금융시장이란 새로운 경영 및 제품 아이디어, 벤처기업 그리고 기타 중소규모의 기업에 대해 적절한 투자자금을 잘 공급하는 체제를 일컫는다.
다시 말해 민간기업 부문만으로는 후발국 기술발전의 문제가 해결될 수 없으며, 혁신과 창의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작동되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어떤 산업부문에서도 세계적 차원에서의 초일류 기업을 갖지 못하고 모두 이류산업들만 갖고 있는 나라는 영원한 이류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21세기 전자산업 재도약 청사진에서는 반드시 민간기업의 불확실성을 줄여주는 방향으로 국가기술혁신체제를 바로잡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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